[알쏭語 달쏭思] 계평(繼平)

입력 2017-04-03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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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산군은 우리 역사상 가장 방탕하고 포악했던 군주로 인식되어 있다. ‘채홍사(採紅使)’라는 희대의 직책을 만들어 전국적으로 여인들을 차출하여 연산군의 수요에 대비, 각 지방의 크고 작은 읍의 관청에 모아 두었다. 이런 관기(官妓)를 총칭하여 ‘운평(運平)’이라고 불렀다. 아마도 국운을 평안하게 하는 존재들이라는 의미에서 그렇게 부른 것 같다. 기막힌 발상이다.

이러한 운평들은 다시 급수에 따라 ‘천과흥청(天科興淸:임금과 동침한 기생)’, ‘지과흥청(地科興淸:임금을 가까이 모시는 기생)’ 등의 계급으로 나누고, 그 아래로는 ‘흥청(興淸)’, ‘가흥청(假興淸)’ 등의 계급이 있었으며, 그보다 더 아래로 ‘계평(繼平)’ 계급이 있었다. 이 계평 계급의 기생은 해당 고을의 수령이 필요하면 빌려다가 쓸 수 있었다. 이때 고을의 수령은 사실상 왕의 용도로 비축해(?) 놓은 여자를 덤으로 얻어 사용한 것이다.

이때부터 계평은 ‘덤으로 얻다’ 혹은 ‘덤으로 주다’라는 의미로 확대되었다. 흔히 노름판에서 잔심부름을 해주고서 그날 돈을 많이 딴 사람으로부터 받는 돈을 ‘계평’ 혹은 ‘계평돈’이라고 하였는데, 이 ‘계평돈’의 어원이 바로 연산군의 방탕한 악행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국정을 농단한 사람들도 대통령의 막강한 권력을 악용하여 돈을 따거나 계평돈을 얻으려고 했던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대통령을 앞세워 도박판을 벌임으로써 돈을 따고 그렇게 딴 돈으로 적절하게 계평을 주고받으며 그들만의 부귀영화를 꿈꾸었던 것이 바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실상이라고 생각하면 씁쓸하기 그지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내 잘못이오”라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대통령이 구속된 상황에도 잘못했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히려 진실을 밝힌다는 말로 진실을 호도하고 있다. 슬픈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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