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동제약의 지배구조 안정화 작업이 9부능선을 넘었다. 최근 지주회사체제 전환 이후 대규모 유상증자와 주식 공개매수로 지주회사 요건 충족이 유력해졌다. 지난 몇 년간 취약한 지배구조 탓에 끊임없이 경영권을 위협받던 '암흑기'에서 벗어날 전망이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일동제약은 지주회사 일동홀딩스의 보유 주식 수가 65만1171만주에서 408만5682주로 343만4511주 늘었다고 공시했다. 일동홀딩스의 일동제약 지분율은 3.32%에서 20.81%로 큰 폭으로 상승했다.
앞서 일동홀딩스는 지난 2월 일동제약 주주를 대상으로 99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일동홀딩스가 일동제약 주주들로부터 일동제약 주식의 현물 출자 신청을 받고, 그 대가로 현물출자를 한 주주들에게 일동홀딩스 신주를 발행하는 방식이다. 당초 일동홀딩스는 발행하는 신주 460만1031주를 일동제약 주식 520만주와 교환키로 했다.
청약 결과 일동홀딩스는 326만7484주를 발행해 일동제약 주식 343만4511주와 교환했다. 일동홀딩스가 증자를 통해 발행한 신주를 일동제약 주주들이 보유 중인 일동제약 주식 343만4511주와 맞바꾸면서 지분율이 치솟았다.
일동홀딩스의 일동제약 주식 공개 매수에 참여한 주주들은 대부분 오너 일가로 드러났다. 윤원영 회장이 114만893주(6.31%), 윤원영 회장의 부인 임경자씨가 47만6616주(2.43%)를 각각 일동홀딩스 주식과 교환했다. 씨엠제이씨(123만8951주, 6.31%), 송파재단(54만2859주, 2.77%) 등 오너 일가가 보유한 개인회사와 공익재단도 주식 매수에 응했다.
윤원영 회장, 임경자씨, 씨엠제이씨, 송파재단 등은 모두 일동제약 340만3319주를 일동홀딩스 주식 323만7812주로 교환했다. 오너 일가 등을 제외하고 일동홀딩스의 일동제약 주식 공개매수에 참여한 주식 수는 3만1192주에 불과하다.
사실상 일동제약 오너 일가들만 보유 주식을 일동홀딩스의 주식으로 대거 교환함에 따라 일동홀딩스의 최대주주 지분율도 높아졌다. 일동홀딩스의 최대주주 등의 보유 주식 수는 227만9327주(31.56%)에서 551만7139(52.59%)로 급증했다.
일동홀딩스가 유상증자를 발표할 당시 최대주주 등의 지분율은 54.41%였지만 유상증자 이후 30%대로 희석됐고, 일동제약 오너 일가들이 보유 주식을 일동홀딩스 주식으로 교환하면서 기존 지분율을 거의 회복했다.
일동홀딩스의 유상증자와 일동제약 주식 공개매수 결과 지주회사 요건 충족이 유력할 전망이다.
앞서 옛 일동제약은 지난해 8월 투자사업부문(일동홀딩스), 의약품 사업부문(가칭 일동제약), 바이오 및 건강기능식품 사업부문(일동바이오사이언스), 히알루론산 및 필러사업부문(일동히알테크)으로 분할하는 내용을 포함한 지주회사체제를 출범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지주회사 성립 요건 요건은 크게 두 가지다. 자산이 1000억원 이상이고, 자산 중 자회사 지분가액 비중이 50% 이상을 차지해야 한다. 지주회사 요건이 충족되면 지주회사는 상장 자회사 지분율 20% 이상, 비상장 자회사 지분율 40% 이상을 유지해야 하는 등 행위제한요건도 만족해야 한다.
일동홀딩스의 유상증자가 발표될 당시 일동홀딩스의 총자산은 1304억원으로 자산 규모 요건은 충족했지만 자산 중 자회사 지분가액 비율은 9.4%에 불과했다. 일동홀딩스의 일동제약 지분율도 3.32%로 행위제한요건 20%에 크게 못 미쳤다.
하지만 공개매수로 일동홀딩스는 일동제약의 주식 20.81%를 보유하게 됐다. 지난 31일 기준 일동홀딩스가 보유한 일동제약의 지분가액은 약 800억원에 달한다. 일동홀딩스의 신주 발행으로 자산이 다소 증가하지만 일동홀딩스의 100% 자회사 일동바이오사이언스, 일동히알테크 등의 지분가액을 계산하면 지주회사 요건 충족에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회사 측은 전망했다.
사실 일동홀딩스의 이번 공개매수는 미리 결과가 예견됐다. 당초 일동홀딩스는 일동제약 주식 520만주의 공개매수를 천명했는데, 당시 일동제약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주식은 567만3645주로 520만주보다 많았다. 윤원영 회장 등 일동제약 오너 일가가 보유한 일동제약 주식은 총 355만3748주로 일동홀딩스가 일동제약 지분율을 20% 이상으로 끌어 올리는데 필요한 297만7077주보다 많았다.
통상 투자 목적으로 주식을 보유 중인 투자자들은 지주회사보다는 사업회사 주식을 선호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공개매수에 응하는 개인투자자는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고 이 예상은 적중했다. 결과적으로 사실상 일동제약 오너 일가들만 주식매수에 참여함에 따라 일동홀딩스는 지주회사 요건을 충족하게 됐고, 대규모 유상증자로 희석된 최대주주 지분율도 종전 수준을 회복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그동안 일동제약이 취약한 지배구조 탓에 지속적으로 경영권 위협에 노출됐던 것을 감안하면 ‘격세지감’이다.
일동제약 최대주주와 우호세력의 지분율은 20~30%대에 불과한 반면 10% 이상을 보유한 주요주주들이 이사 선임 안건 제안, 주주총회 취소 소송 등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제기했다.
일동제약 측은 경영권 위협 세력의 주식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경영권을 방어했다.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세 차례 경영권 분쟁을 일으켰던 개인투자자 안희태 씨는 지난 2013년 보유 지분 6.98%를 윤원영 회장 측에 팔았다. 당시 윤 회장의 개인회사 씨엠제이씨가 안 씨의 주식을 매수했다. 이 때 씨엠제이씨가 일동제약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최근 일동제약의 경영권을 강하게 압박했던 녹십자도 일동제약 측의 지분 인수로 분쟁 요소가 사라졌다.
녹십자가 보유했던 일동제약 지분 29.36%중 20%는 사모펀드 운용사인 H&Q 코리아의 3호 PEF가 출자한 썬라이즈홀딩스가, 나머지 9.36%는 또 다른 운용사인 인베스트썬이 인수했다. 썬라이즈홀딩스가 인수한 지분은 윤원영 일동제약 회장과의 주주간 계약을 통해 향후 경영진과 의결권을 함께하는 조건으로 장기간 공동보유하기로 했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이번 유상증자와 주식 공개매수로 지주회사 요건 충족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배구조가 안정되면서 향후 활발한 투자와 안정적인 경영이 예상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