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사이에는 회담 전부터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두 정상은 일찌감치 회담 장소와 만찬 메뉴를 놓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9일 미국 비밀경호국 대변인을 인용해, “시 주석이 트럼프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정상회담은 하겠지만 숙박은 다른 리조트에서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통상 미국 대통령은 자국을 방문한 외국 정상을 예우하는 차원에서 자신의 별장이나 고급 휴양지로 초대한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2013년 시 주석을 캘리포니아 주의 유명 휴양지 서니랜드로 초청해 정상회담을 가졌다.
두 정상의 첫 대면 장소로 정해진 마라라고 리조트는 부동산 재벌인 트럼프 대통령의 소유로 ‘겨울 백악관’으로 불린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지난달 이곳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골프 라운딩을 즐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미국 대선 때부터 중국의 미온적인 대북 제재와 대(對)중국 무역 문제 등을 이유로 중국에 대해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왔다. 대선이 한창이던 지난해 6월 선거 유세에서는 “내가 대통령이 되면 중국과의 정상회담에서 비싼 국빈 만찬 대신 햄버거를 제공하겠다”고 뜬금포를 날리기도 했다. 트럼프가 시 주석을 백악관이 아닌 자신의 리조트로 초대한 것은 이런 실언(失言)을 만회하고 양국 간 우호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한 일종의 장치로 보인다.
그러나 트럼프의 이런 의도와 달리, 시 주석이 숙박을 다른 곳에서 하겠다고 선을 그은 것은 실무에만 전념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번 회담은 중국의 요청에 의해 진행되는 것인데다 시 주석은 올가을 최고지도부를 대거 물갈이하는 제19차 당 대회를 앞두고 대미 관계의 조기 안정을 우선시하고 있다.
다만 북핵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해법, 무역 불균형과 환율 문제,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 등 민감한 현안이 산적해 있는 탓에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측 모두 만족할 만한 결과를 도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수석 경제논설위원인 마틴 울프는 “최근의 상황을 감안할 때 이번 회담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양국이 경제 현안에 대해서는 상대의 말에 귀 기울일 것으로 보이지만 나머지 현안에 대해서는 자신의 입장만 전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울프는 중국 측이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정책이 효과가 없다는 점을 설득하기 위해, 이번 방미 기간에 대미 투자 확대와 같은 ‘선물 보따리’를 안길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