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등 대기업 임원이 청와대 지시로 어쩔 수 없이 최순실(61) 씨가 추천한 인물을 채용하고 최 씨 회사에 일감을 몰아줬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 부장판사)의 심리로 28일 열린 최 씨와 안종범(59) 청와대 전 정책조정수석 재판에 황창규(64) KT 회장 등이 증인으로 나와 이같이 진술했다.
황 회장은 2015년 1월 초 안 전 수석으로부터 "윗선 관심 사항인데 이동수를 채용해줬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연락을 받았다. 부탁을 받은 황 회장은 대통령의 뜻이라고 생각해 이 씨를 임원급으로 채용했다. 당시 KT는 정기인사 기간도 아니고 업무 수요도 없었음에도 이 씨를 위해 '브랜드지원센터'라는 임시 소규모 조직을 만들었다.
이후 이 씨는 입사 8개월만에 KT 광고 업무를 총괄하는 IMC본부장으로 임명됐다. 이 씨만을 위한 이른바 '원포인트 인사'였다. 황 회장은 "안 전 수석이 이 씨를 IMC본부장으로 보직변경을 해달라고 여러 차례 요구했다"며 "경제수석의 부탁이 아니었으면 이 씨를 만날 일도, 채용할 이유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안 전 수석의 행동에 불만을 터트렸다. 황 회장은 "당시 안 전 수석의 지시를 받고 매우 언짢았냐"는 검찰의 질문에 "경제수석이 사기업인 KT에 IMC본부장의 보직 변경을 요구하는 건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지난해 2월 박근혜 전 대통령과 독대 뒤 봉투 2개를 받았다고 한다. 봉투에는 최 씨가 운영한 더블루케이 연구용역제안서와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의 KT스키창단계획서가 들어있었다. 박 전 대통령과 안 전 수석은 '사업을 잘 검토해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황 회장은 그러나 "우리가 수용할 수 없는 안이었고 상식 밖의 이야기였다"고 말했다.
최 씨 조카가 운영하는 A 업체도 마찬가지였다. 황 회장은 안 전 수석에게서 "A라는 벤처회사가 있는데 KT 사업을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해보라"는 전화를 받았다. 그는 검토 뒤 내용이 너무 부실해서 거절했다고 한다. 황 회장은 "수준 이하의 제안을 계속 이야기하고 검토해달라고 하는 걸 볼 때 'VIP 지시사항'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