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일 사실상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는 현대중공업그룹이 하이투자증권 매각을 놓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금산분리 규정이 적용돼 하이투자증권을 매각해야 하는데 수익성 악화로 처분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2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이 내달 1일 조선과 비(非)조선 사업을 인적ㆍ물적 분할 방식을 동원해 총 6개의 독립법인 회사로 분할됨에 따라 지배구조 최하단에 있는 현대미포조선이 보유 중인 현대중공업ㆍ하이투자증권 지분 매각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현대미포조선은 현대중공업 지분 7.98%와 하이투자증권 85.3%를 보유하고 있다.
우선 현대중공업그룹은 신규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현대미포조선이 갖게 될 지주사 현대로보틱스 지분 7.98%를 우선적으로 정리해야 한다. 이 지분은 ‘현대중공업 → 현대삼호중공업 → 현대미포조선 → 현대로보틱스 → 현대중공업’으로 이어지는 신규 순환출자를 유발하는 만큼 분할 후 6개월인 올해 10월 안에 정리해야 한다.
문제는 2년의 지주사 전환 유예기간 동안 하이투자증권 매각을 반드시 성사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현대중공업은 그동안 하이투자증권 매각을 추진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얻는 데 실패했다. 현대미포조선이 지난 2008년 하이투자증권을 인수할 당시 가격은 약 7050억 원(지분 75.1%), 이후 유상증자 등으로 약 4111억 원의 자금이 추가로 투입되면서 최초 취득가격은 1조1072억 원(지분 85.32%)에 달한다.
그러나 수익성 저하로 LIG투자증권 외에는 뚜렷한 원매자가 나오지 않으면서 매각 작업이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매각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현대미포조선이 당초 원했던 수준보다 가격을 크게 낮춰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이다. 예상 매각가는 5000억 ~ 6000억 원 선이 거론된다.
시장 관계자는 “지주사 전환으로 하이투자증권이 꼭 매각돼야 하는 진성매물로 입지가 바뀐 것은 현대중공업 입장에선 약점으로 꼽힌다”며 “이는 매각 가격의 하락을 부추길 요인으로 작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