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교체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야당을 중심으로 백가쟁명식 정부 조직개편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공무원들은 자기가 몸담은 부처의 개편 논의에 대해 불안한 눈빛으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3일 정부부처 등에 따르면 정부 수립 이후 지금까지 70년 동안 총 62회의 개편이 있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설과 폐지를 반복하느라 공무원들은 이삿짐을 싸기 일쑤였고 관료사회의 업무 혼란과 피로감도 적지 않았다. 정치적이고 즉흥적인 결정으로 부작용만 많고 효과는 적었다는 지적이 많다. 세월호 침몰사고로 폐지된 해양경찰청이 대표적이다. 정권 초기에 조직 개편에만 매달리다 실질적인 국정 개혁은 못 했다는 비판도 있다.
정부조직의 이름이 너무 자주 바뀌고 정부조직 기능이 수시로 변하는 것은 국민이나 공무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고 국제업무에도 문제가 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미국은 재무부가 처음 부처 생길 때부터 지금까지 이름이 한 번도 안 바뀌었다”며 “해외에서 활동할 때 이름이 자주 바뀌어 곤란한 상황이 자주 생긴다”고 하소연했다.
정부 수립 때부터 명칭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국방부와 법무부에 불과하다. 물론 국정운영 방침에 따라 위상과 기능을 강화한다는 명분으로 이름을 바꾸는 것은 이해할 수 있으나, 횟수가 잦은 것은 문제다. 미국은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부처가 9·11 테러 이후 2002년 만들어진 국토안보부로 벌써 15년이 됐다. 선진국일수록 어떤 기능을 하는지 누구나 명확히 알 수 있도록 부서명을 짓는다는 지적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획기적인 정부조직법 개정으로 보여주기식으로만 끝나는 새 정부보다는 정부조직법의 본질에 따라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구성으로 정부 조직을 이끌어나가 실질적으로 국민에게 보다 더 좋은 성과를 보여주는 것이 과제라는 평가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부처 이름이 바뀌면 국토부가 담당하는 터널이나 도로 등에 부처 명칭도 다 바꿔야 한다”며 “이게 얼마나 비효율적이냐”고 지적했다. 현 정부에서는 안전을 강조한다면서 기능은 그대로 두고 안전행정부로 이름만 바꾸다든지 창조경제를 강조하기 위해 각 부처에 창조정책담당관이 생기는 촌극도 빚어졌다.
특히 차기 정부처럼 인수위원회를 가동하지 못하고 바로 정권을 잡아 조직개편까지 하면 법 통과에 최대 50일이 걸리는 등 국정 공백이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따라 조직개편을 꼭 해야 한다면 문제가 많은 부처를 중심으로 최소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나 인사혁신처처럼 비정상적인 것만 고치도록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행정 전문가들은 물론이고 조직개편 대상인 공무원, 여야를 포함한 입법부가 모두 참여한 전문조직을 꾸려 정부 조직개편을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