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억만장자들이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어려운 한 해를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재산이 10억 달러 이상인 억만장자 수가 2397명으로 전년보다 3.1% 줄어들고 총재산은 7조400억 달러(약 8303조 원)로 3.7% 감소했다고 21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재산 전문 리서치업체 웰스-X 조사결과를 인용해 보도했다.
웰스-X는 지난해 억만장자들이 휘청거린 것에 대해 지정학적인 불안정성과 달러화 강세로 대부분 재산을 다른 나라 통화로 보유한 부자들이 타격을 봤다고 풀이했다. 마야 임버그 웰스-X 맞춤연구 담당 이사는 “글로벌 경제 환경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특히 대규모로 다국적 사업을 펼친 억만장자들이 악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미국 억만장자들은 지난해 11월 대선에서의 도널드 트럼프 승리 혜택을 톡톡히 봤다. 트럼프발 달러화와 증시 강세에 힘입어 억만장자 수는 620명으로 전년보다 6% 증가했고 재산도 2조6000억 달러로 4.6% 늘어났다. 이는 북미에 속한 캐나다와 멕시코 부자들의 재산이 각각 11.6%, 25.2% 줄어든 것과 대조된다.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은 억만장자 수는 6.8%, 재산은 6.3% 각각 감소했는데 달러화 대비 자국통화 가치 약세와 많은 신흥국에서 나타난 자본유출이 주원인이라고 웰스-X는 설명했다. 그 중 중국 억만장자 수는 4.2% 줄어든 249명을 기록했고 재산은 총 6700억 달러로 0.7% 감소했다.
유럽ㆍ중동ㆍ북아프리카 지역 억만장자 수는 전년보다 4.5%, 재산은 6.8% 각각 줄었다.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 억만장자 수는 129명으로 0.8%, 재산은 3680억 달러로 13% 각각 감소했다.
웰스-X는 “지난해 특히 주목할만한 상황으로는 억만장자의 4분의 3은 재산이 5% 이상 변동하고 전체의 5분의 1은 재산 증감폭이 20% 이상이었다는 점”이라며 “올해도 세계화가 점진적으로 후퇴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그런 변동성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웰스-X는 미국 억만장자 대부분이 하버드대학을 나왔으며 전 세계 기술산업 억만장자 115명 중 절반은 나이가 50세 미만이고 중국 억만장자의 3분의 1도 마찬가지라고 분석했다. 전체 억만장자 중 여성은 272명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