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는 금융리스크 억제를 올해 정책 최우선 순위로 잡았으나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일부 중소 지방은행들이 은행간 대출시장에서 부채 상환에 실패하자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시중에 유동성을 긴급 투입했다고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현지 트레이더들에 따르면 전날 한 지방은행이 5000만 위안도 안 되는 익일물 환매조건부채권(레포)을 상환하지 못하는 등 은행들이 갑자기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이에 인민은행은 이날 오전 일상적인 공개시장 조작과는 별도로 금융시스템에 300억 위안(약 4조8858억 원)의 자금을 투입했다. 인민은행은 올 들어 단기금리를 두 차례 인상하고 지난 16일까지 16거래일 연속 유동성을 흡수하는 등 긴축 모드로 접어들었으나 은행들이 자금압박 위기에 빠지자 지원에 나선 것이다.
이번 주 머니마켓 금리 벤치마크인 7일물 레포 금리는 3.09%로, 지난 2015년 4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분기가 끝나가는 시점에서 은행들이 현금을 쌓아놓는 등 기술적 요인이 작용했다. 일각에서는 인민은행이 레포 금리 상승을 용인해 시중은행의 과도한 차입에 경고장을 보냈다고 풀이하기도 했다.
BBVA의 샤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민은행은 중소 은행들에 레버리지 게임을 과도하게 벌이지 말 것을 경고하려 한다”며 “이는 인민은행과 시중은행의 줄다리기”라고 설명했다. 친한 궈타이쥔안증권 채권 애널리스트는 “인민은행은 현금 공급을 유지하면서도 차입비용 부담은 늘리는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며 “계절적 요인이 끝나도 레포 금리가 뚜렷하게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금융시장은 은행들의 위기 소식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중국증시 상하이종합지수는 이날 0.3% 상승했고 미국 달러화당 위안화 가치는 0.2% 올랐다.
또 7일물 레포 금리 현 수준은 지난 2013년 6월 신용경색 당시 금리가 최고 12.45%까지 치솟은 것과 비교하면 낮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아직 안심하기는 이른다고 지적했다. 샤러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주 일어날 일은 중국 금융시스템의 취약성을 드러냈다”며 “지난 2013년 신용경색 사태 이후 인민은행의 정책이 좀 더 정교해졌지만 그 효과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