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오는 2025년까지 인공지능(AI)과 생산 자동화 등 첨단기술 부문에서 자급자족을 달성해 글로벌 슈퍼파워로 부상한다는 ‘중국제조 2025’ 비전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는 세계 각국의 안보와 기업 경쟁력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19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FT는 중국의 야망을 설명하는 사례로 호주 출신의 39세 양자물리학자인 팀 버니스를 들었다. 그는 미국 뉴욕의 연구직을 그만두고 상하이에 새 둥지를 틀었다. 그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에서 양자물리학은 매우 강하다”며 “현지 상위 그룹은 전 세계 다른 기업만큼 좋고 놀라운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현재 직책은 뉴욕대학 상하이 분교의 물리학 조교수다. 현지에서 양자컴퓨터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이는 전 세계 최고 인재 1만 명을 유치한다는 중국의 원대한 계획을 보여준다.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중국 기업들은 기술 부문에서 1100억 달러(약 124조2700억 원) 이상의 인수·합병(M&A)을 발표했다. 미국과 유럽 정부와 의회는 안보 불안에 일부 거래를 차단하기도 했다. 미국 싱크탱크 IT혁신재단은 지난 1월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중국은 시장을 조작해 미국 기업들이 노하우를 자국에 전수하도록 강요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에서 군 현대화를 위해 탄생한 국가과학 기술 프로그램은 최근에는 AI와 생명공학, 전기자동차 부문 등에서 경쟁력 강화를 위해 민간 전문가 확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과학기술 분야를 경제의 주요 전장이라고 묘사하면서 이 부문 예산증액을 강조했으며 이런 방침은 이달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다시 확인됐다.
만일 ‘중국제조 2025’ 계획이 성공한다면 중국은 모방경제에서 스스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경제구조로 근본적 변화를 달성할 수 있게 된다. 바이두와 알리바바, 텐센트 등 중국 IT 빅3가 각각 구글과 이베이, 페이스북의 사업모델을 모방해 지금과 같은 위치에 올라섰지만 중국 정부는 AI와 반도체 부문 등에서 더는 ‘카피캣(모방꾼)’이라는 오명을 듣지 않는 ‘국가 챔피언’ 기업을 육성하려 하고 있다. 이 계획의 핵심은 첨단기술 제조업 분야에서 현재 0~30% 수준에 불과한 자급자족률을 70%까지 끌어올리는 것이다.
독일 베를린 소재 싱크탱크 메르카토르중국연구소(MERICS)는 “장기적으로 중국은 글로벌 공급망과 제조 네트워크에서 가장 수익성이 높은 부문의 지배력을 확보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에 중국에서는 해외 기술 의존도를 속히 낮춰야 한다는 조바심이 더욱 강해졌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유럽 정부의 견제가 더 심해지고 있지만 자체적으로 연구·개발(R&D) 역량을 강화하고 미약하지만 해외시장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하려는 중국 첨단기술 기업이 늘고 있어 이런 견제 효력이 약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경제 사령탑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는 지난해 국가급 데이터 연구소 19곳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알리바바 클라우드 사업부는 국영 연구소 두 곳과 온라인 데이터 마이닝(Mining·발굴), 빅데이터 소프트웨어 개발 등에서 협력하고 있다. 또 알리바바와 바이두, 텐센트 등 민간기업은 R&D 부문에서의 협력도 가속화하고 있다.
싱가포르 난양기술대학의 마이클 라스카 교수는 “중국은 글로벌 상업과 과학 네트워크를 활용해 기술이전과 해외 R&D 투자, 중국 과학자의 엔지니어 연수 등을 촉진하고 있다”며 “민간과 군사 영역에서 선별된 외국 기술을 확인 소화 흡수 재발명하는 이른바 ‘토착 혁신’ 개념이 이런 노력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