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은행인 HSBC가 11일(현지시간) 더글라스 플린트 회장 후임으로 AIA그룹의 마크 터커 최고경영자(CEO)를 임명했다. 터커는 곧바로 고위 경영진을 교체해야 하는 책무를 맡으면서 취임과 동시에 시험대에 올랐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HSBC의 새 회장이 된 터커는 AIA그룹 이전에도 영국 프루덴셜에서 2009년까지 CEO를 맡았다. 그에 앞서 영국의 모기지업체 HBOS에서도 2005년부터 2년간 CEO를 지냈다. 2012년부터는 골드만삭스 이사로도 재직 중인데 HSBC의 새 회장에 취임하면 그만둘 것으로 보인다.
터커는 새 회장으로서 돈세탁 규정 위반 혐의 등으로 위기에 직면한 HSBC를 구원해내야 한다. 특히 첫 번째 임무는 새 CEO를 물색하는 일이다. 현 CEO인 스튜어트 걸리버는 2011년부터 HSBC를 이끌며 꾸준한 성과를 내 왔다. 걸리버는 HSBC가 돈세탁 혐의로 처벌 대상에 오르자 아시아 자회사 일부를 매각하며 법무부에 낼 벌금을 마련했다. 그러면서도 유럽 최대 은행의 자리를 지켜냈다. 터커는 걸리버의 후임으로 뛰어난 역량을 갖춤과 동시에 자신과 보조를 맞출 수 있는 인재를 찾아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HSBC는 원래 내부 승진을 전통으로 여겼다. 그런데 이번에 외부 인사인 터커를 회장직에 임명함으로써 그 전통은 깨지게 됐다. 새 CEO도 외부에서 영입할 가능성이 있다. 로이드뱅킹의 CEO인 안토니오 호르타 오소리오가 외부 후보 중 한 명이다. 내부 후보로는 존 플린트 소매 및 자산관리부서 사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HSBC는 2012년 이란, 리비아, 수단 등에 있는 기업들과 불법 거래를 한 동시에 멕시코 등에서 마약 카르텔의 돈세탁을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돈세탁 규모는 약 8억8000만 달러(약 1조102억 원)로 알려졌다. 미 법무부는 2012년에 HSBC로부터 벌금 19억 달러를 받고 기소연기 합의(DPA)를 맺었다. 연기 기한은 5년으로 정해져 있어 내년까지 미 법무부는 DPA를 연장할지를 결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