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의 우리술 이야기] 컬트 와인같이 특별한 우리 술

입력 2017-03-09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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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트 와인(Cult Wine)은 컬트 무비(Cult Movie)와 비슷하다. 특별한 방식으로 조금만 만들어 소수의 마니아에게 비싸게 파는 와인이다. 포도나무의 재배는 햇볕이 잘 들고 배수가 잘되는 경사지와 같은 최적의 장소를 선택하고, 널찍널찍하게 심어 나무에게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포도 수확도 일일이 사람 손으로 하여 최상의 상태인 포도 알을 재료로 쓴다. 포도주를 만들 때도 발효와 숙성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상태가 나쁜 것을 제외하며 최고의 품질을 유지한다. 오랜 시간과 노력, 비용을 들여 고급스럽게 만들어진 소량의 포도주를 사전에 예약된 소비자에게만 판매한다.

컬트 와인은 1980년대 미국에서 유명 예술인, 경제인, 스포츠인, 디자이너와 같은 명망과 경제력을 갖춘 와인 애호가들에 의해 시작되었다. 스크리밍 이글, 할란 에스테이트, 마르 키신, 오소메 등이 대표적 미국의 컬트 와인이다. 컬트 와인이 나오게 된 원인 중의 하나는 프랑스 와인의 공고한 아성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었다. 프랑스 최고 1등급 와인은 1855년 선정된 ‘샤또 마고’, ‘샤또 라피트로쉴트’, ‘샤또 라뚜르’, ‘샤또 오브리옹’과 1973년 각고의 노력으로 추가된 ‘샤또 무통로쉴트’ 등 5개뿐이다. 이들은 오랜 전통을 무기로 세계 최고 와인이라는 명성을 견지하여 왔다. 미국 와인은 포도 재배기술이나 양조법에서 큰 발전을 이루었음에도 프랑스 와인의 명성을 이길 수 없었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컬트 와인이 알려지고 와인 마니아들이 이러한 특별한 와인을 찾게 되면서 세계 와인 시장이 조금은 바뀌었다. 이제 미국의 컬트 와인들이 프랑스 1등급 와인과 어깨를 겨눌 수 있게 되었다.

한국에서 우리 술 산업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의 하나는 컬트 와인과 같이 특별한 우리 술이 나오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비슷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명망 있는 과학자 한 분이 조그만 술도가를 설립하고 작지만 세계적인 양조장으로 키우려 하고 있다. 최고의 우리 술을 만들기 위해 전통 품종의 우리 밀을 엄선하여 누룩을 직접 만들고, 유기농 최고급 쌀을 사용한다. 이것으로 부족하여 쌀 10kg으로 1리터 정도의 맑은 첫술 부분만을 가지고 상품화를 시도하였다. 당연히 컬트 와인처럼 맛이 특별하고 스토리가 있는 고급술이 될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이러한 술은 국세청이 주류허가를 내주지 않는다. 국세청은 탈세 방지 등을 이유로 쌀 10kg에서 나오는 술의 양을 표준화해 놓고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면 허가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분은 국세청과 계속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국세청 공무원들이 다른 나라의 술 산업 동향을 알고, 우리 술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고급화가 필수적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좋은 결정을 내려주었으면 한다.

한국에는 술을 좋아하는 지식인과 문화인이 많다. 이 중 몇 명이라도 이분과 같이 우리 술 산업에 참여하였으면 좋겠다. 우리 술도가는 미국 등의 와이너리와 달리 만드는데 돈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 농가주택 등이 있다면 몇 천만 원이면 우리 술 제조장을 만들 수 있다. 국세청 등의 불필요한 규제만 없으면 뜻있는 분은 자신만의 명주를 만들 수 있다. 한국에서도 컬트 와인과 같은 우리 술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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