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기업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보수적인 안건 상정이 화두로 부상할 전망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뒤숭숭한 정국이 이어지면서 재벌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안건이 나올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재무제표ㆍ이사 보수 한도ㆍ일부 사업목적 추가로 국한했다. 다만 재벌 그룹의 지배구조 문제는 이번 최순실 사태로 그 심각성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당장 관심을 끄는 것은 오는 24일 열릴 삼성전자 주총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주총 안건에 지주회사 전환 문제는 넣지 않았다. 당초 삼성전자 주총에서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요구한 지배구조 개편과 이사회 멤버 다양화, 배당 확대 방안 등 중요한 안건이 논의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주총 안건이 상당히 후퇴할 것으로 보인다.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잠정 중단됐고,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 사외이사 선임도 불발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말 엘리엇 제안에 대해 “지주사 전환을 검토하고 배당을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지주사 전환 검토에 6개월 이상 걸린다고 한 만큼 이번 주총까지 입장을 내놓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외부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의뢰해 협업하고 있다”고 밝힌 만큼 주총 때 이에 대한 언급이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주총 안건과 별개로 문제가 된 정경유착 고리를 끊고 경영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쇄신책도 주주들에게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17일 주총을 여는 현대자동차는 정몽구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이 핵심 안건이다. 앞서 국민연금이 정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을 수차례 반대했던 터라 이번 주총에서 어떠한 입장을 전달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국민연금은 2008년과 2011년 주총에선 정 회장의 이사 재선임에 반대했으나 2014년 주총에선 찬성했다. 국민연금은 10일 열리는 투자위원회에서 최종 입장을 결정한다.
같은 날 주총을 여는 LG전자는 구본준 부회장과 정도현 사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한다. 또 이사 정원을 최대 9인에서 7인으로 변경할 예정이다. 이사 정원 변경은 지난해 말 단행한 조직개편에서 1인 CEO(최고경영자) 체제로 전환한 데 따른 것이다.
SK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주총에서는 정관 변경 내용이 핵심 이슈다. SK(주)와 3대 핵심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SK텔레콤은 오는 24일 일제히 주총을 열고 ‘사회적 가치 창출을 통해 사회와 더불어 성장한다’는 정관 개정안을 처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