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 반한(反韓) 감정이 날로 고조되면서 국내 재계가 깊은 고뇌에 빠져들고 있다.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관련 리스크가 상당 기간 이슈화될 여지를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올해 경영전략 수정도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7일 재계에 따르면 중국이 사드 용지를 제공한 롯데그룹에 이어 항공사와 여행업계 등을 1차 보복 대상으로 확정하자, 기업마다 긴급 대책회의를 이어가며 대응책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 차원의 정치·외교 문제와 맞물린 사안인 만큼 개별 기업들은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응은 절박하지만, 국가 안보라는 아킬레스건을 간과할 수 없는 현실에 가로막힌 것.
지난해 중국의 집중 견제로 고전해온 전기차 배터리 등 일부 업종의 경우는 전면적인 사업계획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올해 들어 한국 기업 때리기가 완화되길 기대했지만 국내 정치 불확실성 등으로 한ㆍ중 간 대화가 원활하게 이뤄질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에서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현재 상황은 양국 간 핵심 안보전략적 이해의 충돌에서 비롯됐지만, 만약 중국 정부가 반한 감정 확산까지 주도한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며 “이미 현지 언론에서는 한국 제품 불매 운동을 노골적으로 조장하는 등 상황에 따라 우리 기업들은 글로벌 최대 시장인 중국 시장에서 1년 이상 역성장을 기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반도체 등 일부 업종은 중국의 위협에서 ‘무풍지대’라는 분석이 나오는 등 최악의 상황은 아니라는 판단이 앞서지만, 장기간에 걸쳐 중국 시장을 공략하는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에는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문제는 최근 중국이 매년 외국 기업에 최대 수백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수단으로 활용해온 반독점법 강화 작업에 착수했다는 점이다. 새 법에는 반독점 행위 적발 시 위법 소득 정산 방법, 과징금 부과 등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우리 산업계 전반에는 ‘퍼펙트 스톰’이 몰아칠 것이란 부정적 기류가 확산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사드 후폭풍도 걱정이지만 사실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는 게 더 큰 고민이다. 한ㆍ중 간 민간 경제단체끼리 민간 외교로 해법을 찾아볼 법도 하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민간단체 입장이 노출되는 것은 중국을 더욱 자극할 수 있어 대응책 마련이 어렵다”며 “섣부른 움직임보다는 사태가 더 확산하기 전에 비경제적 논리로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