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신탁사와 함께 재건축 사업을 꾸리는 단지들이 점차 늘고 있다. 사업기간을 단축시키고,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에 조합 재건축이 아닌 신탁방식의 재건축이 점차 확산되는 분위기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수정아파트는 ‘재건축 우선협상 대상 신탁사 선정을 위한 토지 등 소유자 총회’를 열고 예비신탁사로 한국자산신탁을 최종 선정했다. 여의도에서만 벌써 3번 째 신탁방식 재건축 단지다.
1976년 8월 입주한 329가구 규모의 수정아파트는 680가구의 아파트와 348실 규모의 오피스텔로 탈바꿈하게 된다. 특히 수정아파트는 여의도에서 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 중 유일하게 안전진단을 통과한 곳이어서 다른 곳보다 사업이 빠른 속도로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앞서 여의도에서는 시범아파트와 공작아파트가 잇따라 재건축 사업을 위한 신탁사를 선정했다. 완공 40년을 넘으면서도 재건축 사업이 지지부진했던 시범아파트는 한국자산신탁을 재건축 예비 신탁사로 선정했다.
KB부동산신탁을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하며 신탁방식 재건축 사업을 추진한 공작아파트는 지난달 말 KB부동산신탁과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본격적인 사업에 돌입했다. 1976년 준공된 373가구 규모의 공작아파트는 지하5층~지상49층, 아파트 636가구, 오피스텔 386실의 주상복합으로 재탄생한다. 현재 여의도에서는 대교아파트와 광장아파트가 모두 신탁방식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광장아파트는 조만간 총회를 거친 뒤 예비신탁사 선정에 나선다.
서울 재건축의 중심지인 강남4구에서도 신탁방식 재건축 바람이 거세다. 서초구 방배7구역과 강동구 명일동 삼익그린맨션2차가 한국자산신탁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상태다. 신반포 2차와 신반포 궁전아파트도 신탁사 선정 과정에 있다. 강북권에서는 용산구 한남동 한성아파트가 지난해 코리아신탁을 재건축 사업 단독시행자로 지정했다.
신탁사들의 재건축 사업 진출은 지난해 3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개정되면서 가능해졌다. 단지 주민들이 사업시행사로 신탁사를 선정하면 해당 신탁사는 단독 시행사가 돼 전반적인 재건축 사업을 책임지고 추진한다. 조합 재건축이 추진위원회와 조합설립 등으로 시간을 허비해 사업이 더디게 움직이는 것과 달리 신탁방식은 최소 1~3년 이상 추진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자금력과 투명한 사업집행을 내세운다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11개 신탁사 중 정비사업이 가능한 곳은 절반 정도에 불과한데다, 그나마 신탁사들의 정비사업에 대한 성공적인 사례가 아직까지 없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초과이익 환수제’ 부활을 피하기 위해 신탁방식을 선택한 일부 단지들이 과연 올해 안에 관리처분 인가를 받을 수 있겠냐는 지적도 나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신탁방식 재건축이 장점도 많지만 아직 성공사례가 없어 사업방식이 정착되기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할 것”이라며 “사업을 얼마만큼 속도감 있게 진행하고, 순조롭게 끌어갈 지 과정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