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의 삼성전자와 이부진의 호텔신라, 삼성그룹 3세 경영인이 이끄는 두 핵심 계열사가 상반된 주가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반도체 빅사이클’ 속에 승승장구하던 삼성전자는 2월 들어 주가가 하락한 반면, 이부진 사장이 이끄는 호텔신라는 같은 기간 두 자릿수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지난달 28일 국내 주식시장에서 삼성전자 주가는 192만2000원을 기록했다. 1월 말 197만3000원에서 2.58% 하락한 수치다. 삼성전자의 월간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9월 이후 5개월만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호텔신라 주가는 2월 들어 17.88% 올랐다. 직전 5개월간 월별 상승률이 마이너스였다는 점에서도 삼성전자와는 정반대 흐름이다.
두 회사의 엇갈린 주가 흐름은 지난달 17일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주식시장 참여자들의 대체적인 해석이다. 삼성그룹 최고의사 결정권자가 자리를 비우는 초유의 사태 속에 삼성전자에 대한 기대감이 희석된 반면, 이 사장의 그룹 내 입지가 커질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 ‘이부진 주식’으로 불리는 호텔신라가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의 구속 이후 삼성그룹 계열사 대부분이 약세를 보인 반면 호텔신라만 유독 강세를 보였다.
외신도 이 같은 시각에 힘을 보탰다. 지난 1월 이 부회장이 특검에 출두했을 당시 블룸버그,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주요 외신들은 삼성전자의 앞날에 대해 이부진 사장이 자리를 대신할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삼성그룹 측에서는 “내부 사정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며 부인했음에도 호텔신라 주가를 보면 상당수 투자자들이 ‘이부진 역할론’에 베팅하고 있는 모습이다.
다만 증시 전문가들은 삼성그룹의 승계구도가 바뀔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삼성 지배구조 개편이 지연될 수는 있겠지만 보유 지분을 고려했을 때 이 사장이 그룹 1인자로 부상할 가능성은 낮다”면서 “면세점 경쟁과 사드 갈등 등 요인을 고려하면 최근 호텔신라 급등세는 단기적 현상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2월 들어 주춤했던 삼성전자 주가에 대해서도 조만간 다시 오름세를 탈 것이란 관측이 많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재용 부회장 구속은 부정적인 변수인 것은 맞지만 주가 파장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최근 삼성전자의 업황이 좋고 펀더멘털이 견고했기 때문에 리스크가 생긴다고 해서 큰 타격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일어나는 모든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