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소송' 근로자 편에 섰던 이상훈 대법관 퇴임

입력 2017-02-28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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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대법관. 사진=대법원 제공 )
(이상훈 대법관. 사진=대법원 제공 )

“국고가 빌 것 같다는 걱정을 법관이 앞세울 필요는 없습니다. 국가경제와 기업의 안위를 아예 도외시해서는 안되겠으나, 그것이 법원칙을 압도할 판단기준이 될 수는 없습니다.”

원칙에 따른 법리 구성을 중시했던 이상훈(61·사법연수원 10기) 대법관이 27일 6년 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그는 이날 오전 34년 간 일했던 법원을 떠나며 퇴임사를 통해 “사건의 결론을 섣불리 내려두고, 거기에 맞춰 이론을 꾸미는 방식은 옳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법관이 법기술자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라고 동료들에게 당부했다.

‘현실이 법원칙을 압도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 이 대법관은 상대적으로 진보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임금체계에 큰 영향을 미친 2013년 통상임금 소송에서도 이같은 입장을 고수했다. 당시 사측은 공개변론에서 '통상임금이 폭넓게 인정된다면 기업들이 부담해야 할 금액이 수십조 원에 이른다'고 주장했지만, 이 대법관은 “지금 피고 측은 무자력(지급능력이 없다는 의미) 항변을 하시는 겁니까?”라고 지적했다. 돈을 줘야 하느냐의 문제는 실제 지불할 능력이 있는 것과는 별개라는 것이다. 대법원은 사측 주장을 받아들여 ‘기업에 중대한 어려움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통상임금 증가에 따른 차액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이 대법관은 소수의견을 내고 “신의성실의 원칙으로 강행규정인 근로기준법을 배척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강한 어조로 다수 의견을 비판했다.

대통령 권한 정지 상태로 이 대법관은 후임을 정하지 못한 채 법원을 떠났다. 4명의 대법관으로 구성되는 대법원 2부는 당분간 3명 체제로 운영된다. 광주일고-서울대 법대 출신의 이 대법관은 1983년 판사로 임관해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인천지방법원장, 법원행정처 차장 등을 거쳐 2011년 대법관에 임명됐다. 이명박 정부의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 사건' 특별검사를 맡았던 이광범(58·13기) 변호사의 친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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