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움츠러들었던 신흥국 투자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다시 신흥국의 주식과 채권 투자에 몰려들고 있다고 20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러시아와 브라질 등에 투자하는 신흥국 펀드로 유입되는 자금은 2월 중순 현재 6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장조사기관인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에 따르면 현재까지 신흥국으로 유입된 자금은 6주 연속 증가했다. 채권도 지난해 말부터 순유입액이 순유출액을 웃돌고 있다. 지난 8~15일까지 1주일간 주식과 채권의 순유입액은 총 40억 달러(약 4조5900억 원)로 지난해 8월 중순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연초 대비 누계는 약 150억 달러에 달한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의 클라우디오 이리고엔 애널리스트는 “달러 강세에 따른 신흥국의 자금 유출 우려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이같은 현상에 대해 트럼프 당선 이후 비관론에 휩싸였던 신흥시장이 활기를 되찾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말 트럼프가 당선되고 나서 글로벌 자금은 미국으로 몰렸다. 반면 신흥국에서는 자금이 빠르게 빠져나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트럼프 정책의 부정적인 영향을 시장이 충분히 반영하면서 신흥국 자산은 다시 상승 중이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대한 우려가 남아있어 신흥국으로의 자금 유입이 본격적으로 회복될지는 불투명하다.
주가 상승률도 연초부터 신흥국이 선진국을 웃돌고 있다. 신흥국 종합주가지수인 MSCI 신흥시장 지수는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 이전 수준을 이미 회복했다. 미국 자산운용사 애시모어그룹의 마크 쿰스 최고경영자(CEO)는 “신흥국의 경제 성장 전망과 매력적인 수익률이 신흥국으로의 투자를 이끌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 경기 회복을 배경으로 신흥국 경제 전망도 밝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신흥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은 전년 대비 4.5% 상승해 작년 4.1%보다 0.4%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국제금융협회(IIF)는 올해 신흥국의 대외 직접 투자가 3860억 달러로 전년 대비 5%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의 여파로 기업들이 투자에 신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트럼프가 미국 기업들을 향해 멕시코 공장을 철수하라고 압박하고 있어 그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