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은 소비자 안전을 반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불가능한 제도를 통해 소상공인들에게 소비자 안전을 강요하면 안 된다.”
박중현 소상공인연합회 전안법 대책위원장ㆍ동대문상가상인엽합회장은 16일 오전 개최된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공청회에서 “전안법 개정이 시급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달 28일부터 시행된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이하 전안법)은 가방이나 의류 등 신체에 직접 접촉하는 용품을 전기용품과 마찬가지로 ‘KC(Korea Certificate) 인증’을 받도록 의무화한 법이다. KC 인증이 없을 시엔 제조 및 판매, 수입, 구매대행 등의 행위가 금지된다. 이 때문에 법의 적용대상인 소상공인과 일부 소비자들로부터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져 왔다.
박 대책위원장은 “2014년 이후부터 소상공인이 가장 많은 남대문과 동대문을 관리하는 서울시에서 KC마크가 붙지 않은 이른바 ‘불법공산품’ 근절을 위한 대책을 세워왔다”며 “처음 단속 관점에서 접근한 서울시도 법의 허점을 깨닫고 소상공인연합회와 함께 고민했다. 그 결과 관련법 개정 없이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현재 해당 법은 1년간 유예됐지만 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소상공인은 일차적으로 정부 범법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작년부터 서울시와 시험기관과 동대문상가상인회가 공동으로 499건의 원단에 대해 진행한 시험 검사에서 단 한 건의 원단도 문제가 검출되지 않았다는 조사 결과도 밝혔다.
박 위원장은 두 가지의 대안을 제시했다. 그 중 하나는 판매하는 개별 소상공인이 아니라 이들에게 납품하는 원자재 생산자에게 인증 의무를 지우는 방향으로 전안법의 부속서 조항을 개정해달라는 것이다. 그는 “현재 의류는 생활용품으로 분류돼 전안법의 적용대상이 되지만, 옷의 원자재인 원단은 생활용품으로 분류되지 않아 안전성 검사와 KC인증 의무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동대문에 옷가게 2만 곳이 있다. 원단 가게 한 곳당 100곳의 옷가게 원단을 납입하는데, 100곳이 일일이 KC인증 검사를 받는 것보다 원단 가게 한곳이 받는 게 맞지 않나. 현행대로라면 월수입이 500만 원이라면 인증비용은 2500만 원이다. 생업을 유지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두 번째 대안으로 “오늘 아침에도 KC 인증 마크가 붙어 있는 유명 메이커 아동용 신발에서 유해성분이 130배 검출됐다”며 “이처럼 어떤 안전도 담보해주지 않는 KC마크 자체를 폐지하는 방안이 있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서울시 실태조사 후 산자부와 국가기술표준원에 법 개정을 세 번이나 요청했는데 마이동풍”이라며 “이런 불합리한 법을 왜 안 바꿔주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