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회의 인문경영] 대선 후보의 독서력을 검증하라

입력 2017-02-13 10:25 수정 2017-02-13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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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리더십연구소장

대선 후보들의 경쟁이 뜨겁다. 이번만큼은 눈 똑바로 뜨고 제대로 검증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머리 좋은 참모’, ‘숨은 손’의 비선들이 써주는 대로 대독하고 움직이는 과당-허당-맹물 리더에 질려서다. 자리에 대한 욕심은 넘치는데 감당할 자질과 역량은 부족한 ‘함량 미달 리더’를 어떻게 걸러낼 것인가. 철학과 중심이 있는 리더를 어떻게 눈 밝게 알아볼 것인가. 노선 선택은 유권자의 자유지만 역량 검증은 의무다.

지도자의 면모를 알아보는 유용한 검증 방법 중 하나는 독서력이다. (지금은 사퇴했지만)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외국어를 구사하는 리더, 안철수 의원은 본인만 안경을 쓰지 않았다며 시력 좋은 리더로서의 차별성을 주장했다.

하지만 진짜 리더십 디바이드의 관건은 독서력이 아닐까 한다. 시대를 대표하고 국가를 이끌어 나갈 재목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생각의 뿌리와 근간이 무엇인지 봐야 한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읽은 책의 이력에는 한 인물의 삶과 사고의 편력이 담겨 있다. 그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가치관에 동의했는지, 어떤 모습의 삶에 흥미를 느꼈는지가 솔직하게 드러난다. 지식을 넘어 의식의 궤적과 치열한 고민들의 흔적들을 보여준다. 삶의 이력이 경험의 양을 반영한다면 독서력은 사고력의 질을 담고 있다. 사고의 질과 경험의 양이 어우러져 리더의 내공이 만들어진다. 독서력은 리더의 자기 혁신의 역사를 담은 자기소개서이다.

그간에도 대선 후보들에게 독서 관련 질문은 빠지지 않았다. 그런데 리더의 ‘분식(粉飾) 독서력’에 대해 심층검증을 거치지 않고 요식절차에 그친 것이 문제였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아무도 읽지 않는 그럴듯한 ‘명저’, ‘고전’을 내걸어 자기과시용으로 삼는 경우가 많았다. 전문가들이 ‘리더의 애장서’와 ‘애독서’는 별개로 구분, 감가(減價)평가해야 한다는 조소를 보내는 것도 그 때문이다.

청소년 권장도서 목록에서 익히 경험했듯, 어설프게 접한 고전 명저는 속속들이 이해해 100% 체화한 무협지만도 못한 법이다.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을 보라. 어려서부터 읽은 무협지에 바탕한 경영 노하우를 훌륭하게 현장에 적용하고 있지 않은가. 독서력의 초점은 ‘리스트’가 아니라 소화력과 활용력을 중심으로 검증해야 한다.

2012년 출간된 ‘박근혜의 서재’(박지영 지음)를 자세히 살펴보니 본인이 실제로 읽었다고 언급한 것은 드물었다. 평소 발언에서 ‘모래에서 사금 캐듯’ 추측해 뽑은 관련 도서들의 소개가 주내용이었다. 그간 박 대통령의 대표적 애독서로 알려진 것은 중국 철학자 풍우란의 ‘중국철학사’이다. 그는 이 책을 밑줄 그어 읽으며 역경을 이겨냈다며 대학생들에게 추천하기도 했다. 그가 과연 ‘중국철학사’에서 뽑아낸 에센스 교훈은 무엇이며 어떤 영감을 얻었는지, 더 송곳 같은 질문을 했다면 어떻게 대답했을까 궁금하다. 가치관과 수준을 사전 검증하고 역량을 정확히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리라 하는 만시지탄이 든다.

미국 오바마 전 대통령의 독서력과 ‘책에 대한 구체적 오마주’ 표현은 부럽다. 그는 “매일 밤 한 시간씩 규칙적으로 독서했다”며 “대통령으로서 ‘누구와도 나눌 수 없는 고독’을, 책을 친구삼아 이겨냈다. 역사를 넘나들며 나와 비슷한 고립감을 느낀 인물을 찾아야 했고 그 작업은 유익했다. 책을 통해 링컨과 루스벨트 같은 전임자들을 멘토로 ‘내면의 대화’를 나누며 위안과 조언을 얻었다”고 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공감과 소통의 리더십은 단순히 참모들의 홍보전략이 아니라 풍부한 독서를 바탕으로 한 콘텐츠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국 서섹스대학교 인지심리학과 데이비드 루이스 박사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독서이다. 이는 산책, 음악감상, 커피 마시기 등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6분 정도 책을 읽으면 스트레스가 68% 감소되고, 근육의 긴장이 풀어지며 심박수가 낮아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다른 활동도 스트레스를 줄이는 역할은 하지만, 독서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고, 게임의 경우 스트레스는 줄어들지만 심박수는 높게 나타났다. 카터 전 대통령은 책을 많이 읽자 보고서 이해력이 높아져 ‘침대로 서류를 끌고 오는’ 일을 줄일 수 있었다고 말한 바 있다.

독서는 소통력, 공감력, 비판적 사고력 제고를 넘어 리더의 숙명인 고독을 해결하는 자기치유력까지 고루 갖고 있는 셈이다. 독서력을 리더십 검증의 방법으로 삼을 이유, 이만하면 충분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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