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장, 보험사 사장 등 금융회사 경영진의 리스크 인식 수준에 대한 금융당국의 모니터링이 크게 강화된다. 리스크 관리 실패시 경영진의 책임을 묻겠다는 의미다.
금융감독원은 7일 ‘2017년 금융감독 방향’을 발표하면서 효과적인 리스크관리를 통한 금융시장 안정 확보와 금융회사 건전성 강화에 감독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리 상승, 보호무역주의 대두, 경기회복 지연 가능성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는 만큼 금융사의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자세다.
이에 △잠재 리스크요인에 대한 기획·테마 검사 강화 △금융질서 교란행위 등에 대한 엄정 검사 △리스크 중심의 검사체제 확립 △상시감시시스템 고도화 △현장 밀착형 상시감시 강화 등을 세부 추진 과제로 꼽았다.
특히 금융권 가운데 가장 힘든 한 해를 보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보험사의 리스크 검사 항목에 경영진의 리스크 인식 수준 평가를 강화해 눈길을 끌었다.
금감원은 경영실태평가의 변별력과 부실예측력 제고를 위해 신규 리스크요인 등을 반영해 경영실태평가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다.
특히 보험사 경영진의 리스크 인식 수준 등 정성적 평가를 강화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연초에 보험감독업무시행세칙 개정을 예고하면서 경영실태평가의 리스크평가 항목 중 ‘경영관리리스크’ 배점을 15점에서 20점으로 상향 조정하겠다고 알린 바 있다.
경영진의 리스크관리 능력은 일본 보험시장에서 이미 중요하게 여기는 항목이다. 최근 한국리스크관리학회 세미나에 참석했던 우에무라 노부야스 박사는 지난 2000년에 파산한 일본 치요다생명의 사례를 들며 경영진의 관리 능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우에무라 박사는 “치요다생명의 경영파산을 통해 배운 것은 (보험사의) 가장 중요한 내적 요인은 경영자란 것”이라며 “경영자로부터 기인하는 파산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지 여부”라고 말했다.
이어 “아무리 체제를 정비하고 제대로 (보험 관련) 수치를 산출한다고 해도 이것이 경영에 활용되지 않는다면 경영리스크관리는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우에무라 박사는 일본 보험사들은 2000년대 초반 파산 사태를 겪은 후 리스크 관리 고도화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사적 리스크 관리(Enterprise Risk Management, ERM)’가 고도화 돼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한편, 금감원은 정기·획일적으로 실시하던 종합검사를 폐지하는 대신, 금융사 스스로 자율규제를 강화할 방침이다.
개선된 감독 방향은 크게 두 가지로 금융사 내부통제 역량 강화와 금융사 지배구조 투명성 제고다.
금융사 내부통제 역량 강화의 경우 내부감사협의제도 운영실적에 따라 위법·부당행위에 대한 조치 주체를 차등화해 국내 은행의 시정능력을 높인다. 자체 감사능력 및 내부통제 실적이 우수한 은행은 자체 조치하도록 하지만, 미흡한 은행은 금감원이 직접 조치한다.
지난해 167곳의 금융회사가 47개 분야에 대한 자체감사를 실시하고 1192건을 자체 조치했다. 아직 내부감사협의제도가 도입되지 않은 저축은행은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자산규모가 큰 상위 10개사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다.
아울러 작년 8월 시행에 들어간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의 안착을 위해 임원 선임, 임직원 겸임, 내부규범 등 운영 실태를 점검하고 부족한 점에 대해서는 개선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은행의 경우 내부감사 모범사례를 공유하고 지배구조법에 따른 성과보수 산정·지급체계를 점검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분산 관리되던 금융회사별 검사정보, 경영분석자료, 정보사항 등을 일괄 조회·분석할 수 있는 상시감시정보 통합관리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며 “상시감시시스템을 고도화하는 한편, 밀착 상시감시를 강화하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