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농협금융지주는 대규모 부실 여신을 한번에 회계처리하는 ‘빅배스’를 과감히 단행했다. 상반기 대손충당금 1조3000억 원을 통해 연말 결산에서 흑자를 낼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종합금융지주 외형에 비해 내실이 부족하다는 우려 속에서 올해 본격적인 경쟁력 제고를 이룰 전망이다.
‘대량 부실 정리’라는 결단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있었음에도, 이익이 줄면 농민과 지역농협조합에 직격탄을 맞을 것이란 우려 때문에 차일피일 미뤄왔다.
이런 분위기를 반전시킨 게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이다. 임종룡 전 농협금융지주 회장(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인수합병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외형의 틀을 갖췄다면, 김 회장은 내실의 기반을 구축했다.
농협은 2015년 정부의 강도 높은 기업 구조조정 방침에 따라 농협금융도 조선해운업의 부실대출 영향으로 건전성이 악화됐다.
지난해 상반기 대규모 충당금에 따른 손실 폭 증가 분위기 속에서도 흑자전환을 이룰 전망이다. 농협금융지주는 빅배스의 영향으로 지난해 상반기 2013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직후인 3분기 3000억 원의 순이익을 달성하는 등 누적 순이익 987억 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금융권 안팎에선 지난해 순이익 3000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17년, 재도약 원년으로 = 농협금융은 올해 전략목표로 ‘농협금융 재도약 원년! 대표 금융그룹 성장기반 확립!’을 설정하고 △지속가능 경영기반 구축 △사업 경쟁력 제고 △신성장동력 확보 △농협금융 DNA 정립의 4대 중점 추진과제를 제시했다.
농협금융은 내실경영에 기반해 은행-비은행 손익 비중을 50대 50으로 재정립하고 거시경제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 농협금융 통합위기 상황 분석시스템을 구축한다. 은퇴/청년(Youth) 특화상품·서비스 등 전략사업을 집중 추진하고, 기업투자금융(CIB) 공동 투자 확대, 계열사별 장점을 결합한 WM(자산관리) 상품 라인업 구축 등 농협금융의 강점인 시너지도 강화한다.
또 중국·아시아 진출을 본격화해 글로벌 수익원을 확대하고 핀테크를 활용한 비대면 채널 고도화, 은행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등 금융산업의 새로운 경쟁 패러다임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로드맵도 금융지주를 중심으로 추진한다. 이와 함께 농업금융 전문기관 및 사회공헌 1등 금융회사 지위도 공고히 하고 효율성·성과·전문성 중심 조직문화 구현을 위해 경영체질을 시장 중심으로 과감하게 개선한다.
이를 위해 농협금융은 2017년도 금융지주·계열사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특히 금융지주를 중심으로 3대 핵심전략사업인 글로벌 사업, 디지털금융, 은퇴금융 역량 강화에 집중할 계획이다.
◇글로벌·핀테크에 방점 = 글로벌 사업은 지주 글로벌전략부, 은행 글로벌사업본부를 신설하고, 지주 담당 임원이 은행 본부장을 겸임해 농협금융 차원의 해외 진출 역량을 집중한다. 디지털금융은 지주 디지털금융단, 은행 디지털뱅킹본부, 핀테크사업부, 빅데이터전략단을 신설하는 등 핀테크/빅데이터 활성화를 위한 조직을 보강한다. 은퇴금융은 은행 WM연금부를 신설해 원스톱 고객은퇴자산 관리 지원체계를 구축한다.
이와 별도로 금융지주는 그룹 컨트롤 타워 기능을 개선해 자회사 지원을 강화하고, 리스크 검증 조직 독립화 등 리스크 관리 기능도 정비한다.
계열사별로는 농협은행은 고객자산관리·기업투자금융(CIB) 조직을 재편하고 부실(징후)채권 사후관리 및 리스크 관리 강화를 위한 인력을 추가로 배치한다. 각 시도별 영업본부는 WM·기업금융 등 영업점 지원 인력을 보강한다.
농협생명은 장기 가치 중심의 경영체질 확보를 위해 사차관리단을 신설하고, 고객-상품-채널 연계 전략 기능을 강화하는 등 시장 경쟁력을 제고한다. 농협손해보험은 법인영업 조직을 확대해 영업 역량을 강화하고, 폭염 피해 지원 확대 등 농업인 실익 제고를 위한 농업 정책보험 조직도 보강할 예정이다.
NH투자증권은 초대형 IB 육성 정책 대응, WM부문 경쟁력 제고를 위해 관련 본부조직과 점포를 정비하고 NH-아문디자산운용은 해외투자 경쟁력 제고, 농협캐피탈과 NH저축은행은 영업 조직 및 리스크관리 기능 강화 방향으로 조직을 개편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