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으로 미국의 ‘쇄국 정책’에 속도가 붙고 있다. ‘이민자의 나라’ 미국이 새해부터 불법 이민자 추방과 합법 이민자를 축소하기로 하면서 ‘아메리칸 드림’을 꺾고 있다. 이는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며 국제사회로부터 큰 우려를 낳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워싱턴 국토안보부 청사를 방문해 미국과 멕시코 국경 지대에 장벽을 건설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여기에 불법 이민자를 체포하지 않고 보호하는 이른바 ‘피난처 도시(sanctuary city)’에 대한 연방재정 지원을 중단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도 공식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함께 테러위험국 출신 무슬림의 입국 또는 비자 제한 조치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불법 이민자의 추가 미국 유입이 차단되는 동시에 현재 미국에 머무는 불법 체류자의 추방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랜드마크 공약이었던 멕시코 장벽 건설은 그간 현실적으로 진행되기 어렵다는 관측도 많았으나 취임한 지 5일 만에 강행하면서 반(反) 이민정책을 강력히 시사한 것으로 분석된다.
멕시코에 대한 장벽뿐 아니라 전방위적으로 이민 규제를 강화함으로써 미국에 거주하는 한국인들도 트럼프 쇄국정책의 영향권에 들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 국토안보부가 집계한 한인 불법 체류자는 2011년을 기준으로 약 23만 명. 여기에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불법체류 청년 추방 유예(DACA)’ 조치에 따라 보호를 받는 3만여 명의 한인 청년들도 포함돼 있다. 현재 트럼프 새 행정부는 범죄자들은 무조건 추방하되 나머지 불법 이민자에 대해서는 선별심사를 거쳐 추방·잔류를 허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는 이미 오바마 업적 지우기 차원에서 DACA 폐지를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지난해 11월 미국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할 것은 약 200만 명, 최대 300만 명에 달할 수도 있는 범죄자, 범죄기록을 보유자, 범죄집단 조직원, 마약 거래상들을 이 나라에서 내쫓거나 감옥에 보내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미국에 불법적으로 와 있는 그들을 추방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더 큰 우려를 사고 있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불법이민 추방과 함께 합법적인 이민제도 역시 축소를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100일 과제’에서 미국 근로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취업비자 남용을 조사하겠다고 선언했었다. 이에 전문직 취업 비자(H-1B)와 같은 취업비자와 취업영주권 취득 발급요건이 한층 까다로워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미국 주재원 파견과 현지 취업 희망자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