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KB금융 회장이 야심 차게 추진한 경영실험을 두고 잡음이 흘러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변화보다는 안정에 익숙한 조직 구성원들과 공감대가 부족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속도를 낸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지난해 말 ‘지주·은행·증권’ 3사 겸직체제로 개편한 자산관리(WM) 부문, 기업투자(CIB) 부문 관련 부서의 물리적 통합을 최근 완료하고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했다.
WM 부문은 통합 KB증권 임대사옥인 여의도 심팩(SIMPAC)빌딩, CIB 부문은 KB금융타워에 새 둥지를 틀었다. WM 부문, CIB 부문은 KB금융 부사장으로 선임된 국민은행의 박정림 부행장, 전귀상 부행장이 각각 총괄한다.
올해 임기 마지막 해를 맞은 윤 회장은 다소 파격적인 인사ㆍ조직개편을 단행했다. 현대증권 인수를 계기로 KB금융을 ‘한국형 유니버셜뱅킹’으로 만들겠다는 원대한 계획의 기반을 다지기 위해서다.
그러나 금융권에는 윤 회장의 결단에 따른 일련의 과정에 대한 기대감보다 우려가 더 크다. KB금융 내부에서도 의문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우선 윤 회장이 4년 만에 다시 불러들인 조재민 KB자산운용 대표를 바라보는 내부의 시선은 곱지 않다.
조 대표 선임은 윤 회장과의 과거 인연이 배경이다. 윤 회장이 KB금융 부사장(CFO) 시절 KB자산운용을 이끈 조 대표는 각종 경영성과를 내며 두각을 보였다. 이는 윤 회장이 내부 반발을 감수하고 조 대표를 다시 등용한 결정적인 이유로 꼽힌다.
WM, CIB 부문의 지주ㆍ은행·증권 겸직 체제는 지나친 경영 간섭으로 계열사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KB증권은 1년간 전병조 사장과 윤경은 사장의 각자 대표체제로 운영된다. 전 사장이 투자은행(IB) 부문을, 윤 사장이 WM 부문을 각각 맡았다.
핵심 업무를 관장하는 각자 대표가 있는 상황에서 지주ㆍ은행ㆍ증권 총괄 부문장은 KB증권 입장에서 눈치를 봐야 하는 시어머니로 비칠 수 있다. 이에 대해 KB증권 측은 “어디까지나 지주와 계열사의 시너지 차원”이라고 해명했다.
금융권은 윤 회장이 경영실험을 통해 그리는 밑그림의 마지막 퍼즐은 국민은행장 분리라는 시각이 많다.
윤 회장은 지주 회장과 국민은행장의 내분으로 발생한 이른바 ‘KB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2014년 취임 이후 줄곧 국민은행장을 겸임해왔다.
최근 KB증권 출범 등으로 덩치가 커진 만큼 은행장 분리설이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윤 회장의 의중은 오는 11월 임기 만료 때까지 ‘현상 유지’ 쪽에 무게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김옥찬 역할론’이 주목받고 있다. 윤 회장은 지난해 초 김 사장을 영입했다. 당시 국민은행장 분리를 염두에 둔 포석이 아니냐는 해석이 많았다.
하지만 현대증권 인수 등 지난해 굵직한 현안을 이동철 전략기획총괄 부사장이 주도한 점 등을 비춰볼 때 입지가 좁아진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다.
KB지주 관계자는 "회장과 행장 분리에 대해선 어떤 것도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