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가 이르면 13일 결정된다. 지금까지는 본입찰에 참여한 중국 국영기업 ‘상하이 에어로 스페이스 인더스트리’(SAIC)와 타이어 업체 ‘더블스타’ 중 한 곳이 될 것이 유력하다. 이들은 본입찰에서 금호타이어 인수 가격으로 1조 원 가량을 적어냈다. 이밖에는 중국 화학업체 ‘지프로’가 본입찰에 참여했지만 이 회사가 제시한 인수가격은 1조 원에 미치지 못한다.
채권단 운영위원회(산업은행ㆍ우리은행ㆍ국민은행)는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때 가격 요소와 비가격 요소를 고려한다. 비가격 요소는 인수 후 사업전략, 고용승계 등이다.
이 부분을 고려할 때도 SAIC는 다른 후보들을 앞서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 회사의 모그룹인 ‘항톈(航天)과학기술그룹’(CASC)은 자회사인 ‘에스닥’(SDDAC)를 통해 국내 중견 자동차 부품사인 이래오토모티브시스템과 공조부문 합작회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 산업 투자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본입찰에 참여한 인수 후보 모두가 금호타이어 성장 전략을 가지고 있다”며 “이들은 채권단이 납득할 수 있는 가격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중국 업체들이 가장 견제하는 것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다. 채권단은 금호타이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뒤 바로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다. 이후 박 회장에게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여부를 묻는다. 박 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을 포기하지 않으면 중국 업체들이 그간 들인 노력은 물거품이 된다.
전날 출근길에서 박 회장은 "세상에 쉬운 일을 없지만 (금호타이어 인수를) 어떻게든 만들어 내야 한다"며 "세상엔 다 길이 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앞서 신년사를 통해서도 "올해는 금호타이어 인수를 통해 그룹 재건을 마무리해야 하는 마지막 과제가 남아있다"며 강한 인수 의지를 드러냈다.
박 회장은 선정된 우선협상대상자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하면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수 있다. 다만 아직 자금 조달 계획이 불확실한 것은 변수다. 채권단 일부는 박 회장이 그동안 언론에 금호타이어 인수 의지를 강하게 내비친 것을 두고 주식 가격을 떨어뜨리기 위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지분 가치를 최대한 낮춰 인수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란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박 회장에게 자금을 댈 곳으로 NH농협은행이 꼽힌다. 지난해 박 회장의 금호 계열사 인수합병(M&A)에 자금을 조달했던 NH투자증권은 이번 금호타이어 거래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이밖에는 그가 지금까지 쌓아온 재계 인맥들이 백기사로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박 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 행사를 포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우건설ㆍ대한통운 인수로 승자의 저주를 겪은 금호그룹이다. 이 때문에 박 회장이 자금을 무리하게 동원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박삼구 회장의 금호타이어 인수의지는 확실하다"며 "자금조달 방안을 검토중으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등 매각과정을 지켜보고 적절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