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화 칼럼] 지방자치와 국가혁신

입력 2017-01-09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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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

과거 추격 전략에서 집중됐던 권력을 미래 탈(脫)추격 전략에서는 분산해야 한다는 국민적 합의가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권력 분산은 중앙정부의 권력 분산에 그쳐서는 반쪽 분산에 불과하다. 권력 분산의 또 한 축인 지방정부로의 권력 분산을 논의해야 한다.

지금까지 중앙정부의 지방정부에 대한 인식은 한마디로 ‘낭비’다. 호화 청사를 짓고 불필요한 토목공사를 벌여 지방 재정을 악화시키는 무책임한 운영을 해왔다. 실제 많은 지방정부가 토호 세력과 결탁해 비효율적으로 예산을 낭비한 사례는 너무나도 많다. 이에 따라 행정자치부는 행정 사안별로 예산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실질적인 통제를 가해 지방정부의 낭비를 통제하려고 하고 있다. 그 결과 2001년 57%를 기록했던 지방 재정 자립도는 이제 52% 수준으로 하락해 지방자치는 실질적으로 확대가 아니라 축소되고 있다.

한편 지방정부의 중앙정부에 대한 인식은 한마디로 ‘통제’다. 원천적으로 부족한 지방 예산을 중앙정부의 사안별 지원 사업에 매칭하면 자체 사업 예산은 극도로 제한된다. 서울, 성남, 수원, 울산 등 몇 곳을 제외하면 행정자치부에서 내려보내는 지방교부세와 보조금 없이 운영할 수 있는 지자체는 거의 없다. 지방자치의 원래 목적인 자율적인 행정과는 거리가 점점 멀어져, 혁신은 찾아보기 어려운 ‘무늬만 지방자치’가 됐다.

원론적으로 왜 지방자치를 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를 다시 생각해 보자. 모든 조직의 경쟁력은 반복되는 효율과 반복되지 않는 혁신이라는 두 축으로 구성된다. 효율은 조직의 규모에 비례하고 혁신은 반비례한다. 결과적으로 하나의 조직이 동시에 효율적이고 혁신적일 수 없다는 조직의 패러독스에 도달하게 된다. 이를 극복하는 대안이 바로 플랫폼 조직이다. 효율의 추격 전략에서 혁신의 탈추격 전략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은 행정에서도 중앙정부를 효율적인 플랫폼 정부화하고, 개별 행정은 지방정부 간의 자율적 혁신과 경쟁에 맡기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전환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지방정부의 낭비를 어떻게 할 것인가가 현실적인 문제다. 우선 중앙정부가 개별 예산을 친절하게 통제하는 지방자치는 근본적인 국가 경쟁력 향상을 이끌어 낼 수 없음을 명심한다면 교부금의 사전 통제보다 개방과 투명성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자체 정보와 예산을 지방의회는 물론 시민들에게 공개하면 된다. 조직과 인사는 시민들이 참여하는 공정한 인사위원회를 설치하자. 지자체의 권한 확대 이상의 개방을 하도록 하면 된다.

가장 중요한 통제는 중앙정부의 통제가 아니라 지자체 간의 경쟁이다. 자율은 항상 경쟁으로 통제되기 때문이다. 경쟁을 촉발할 지방정부 간의 포럼이 지방 연구소와 진흥원을 포함해 다양하게 이뤄져야 한다. 그 결과에 따라 중앙정부가 교부금을 조정할 수도 있다. 단 지방정부 간의 격차를 고려해 절대평가가 아니라 발전도에 따른 상대평가가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평가는 기업과 시민들의 평가다. 우수한 지자체에는 많은 기업과 시민들이 몰려올 것이다. 그 결과 지자체의 수입이 증가돼 노력이 보상받도록 하면 된다. 그런데 한국은 기업들의 법인세 일부가 지방세가 아닌 점에서 OECD의 예외적인 국가다. 지자체들이 담배 판매에는 열을 올리면서 기업 지원은 등한시하는 이유다. 지방 현장에서 푸대접받는 중소기업들의 하소연이다. 국가 발전과 기업 발전을 선순환시키는 연결 고리가 중소기업 법인세의 50% 지방세화다. 행정 주체들의 이익이 전체의 이익이 되도록 정책을 설계하라는 원칙에 비춰 법인세의 지방세화는 차기 정부의 필수적인 과제다.

이제 블록체인이라는 신뢰의 기술이 스마트폰에서의 시민 참여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 블록체인 직접민주제의 도입으로 시민들의 여론조사, 주요 정책 결정, 주민 소환과 청원 등이 실시간, 저비용으로 구현 가능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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