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미국 정부의 대 러시아 제재를 비난하면서도 이에 대한 실제적인 보복은 않겠다고 30일(현지시간) 밝혔다.
러시아투데이(RT)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우리는 미 제재에 맞서 보복할 권리가 있다"면서도 “무책임한 부엌 외교로 우리 수준을 떨어뜨리지 않겠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푸틴 대통령이 쓴 ‘부엌’이라는 표현은 러시아에서 싸움을 좋아하는 꼴불견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러시아가 미 대선에 개입했다며 주미 러시아 외교관 35명을 추방한다고 발표했지만 러시아는 똑같은 방식으로 보복하지 않겠다고 설명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앞서 자국 주재 미 외교관 35명을 축출하는 방식으로 미국의 조처에 맞대응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이 같은 의견을 수용하지 않은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주재 미국 외교관 자녀를 크렘린궁으로 초청해 새해 러시아 정교회 행사를 함께하겠다고도 밝혔다. NYT는 푸틴 대통령의 이 같은 결정을 “예상치 못한 전술 감각을 가진 현명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블라디미르 프롤로브 국제관계 분석가는 “푸틴은 이번에 자신의 관리 기술이 우위에 있음을 보여줬다”고 푸틴 대통령을 치켜세웠다.
29일 미국 정부는 러시아 외교관 35명을 추방하고 러시아 시설 2개를 폐쇄하는 제재안을 단행했다. 미국 국무부는 워싱턴 DC의 주미 러시아 대사관과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에 근무하는 외교관 35명을 추방했다. 중앙정보국(CIA)과 연방수사국(FBI) 등 미국 주요 정보기관들이 대선에 러시아가 개입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트럼프 당선인과 푸틴 대통령은 미국 대선 과정에서부터 우호적인 관계를 쌓았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트럼프 당선인이 다음 달 취임하면 러시아를 상대로 취한 제재를 대통령 행정명령으로 폐기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