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업들에 일자리 창출을 압박하는 가운데 보잉과 제너럴모터스(GM) 같은 대기업이 기존에 세운 구조조정 계획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혀 파장이 예상된다.
미국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은 19일(현지시간) 내년 초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대규모 감원 계획을 지속하겠다는 뜻이다. 보잉은 상업용 항공기 부문에서 전체 인력의 8%에 해당하는 6500명의 인력을 올해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내년에도 추가 감원을 추진할 계획이다. 11월 말 기준 보잉은 총 7만7393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다. 레이 코너 보잉 부회장은 임직원에 보내는 메시지에서 “비용 절감을 위한 노력에 대한 진척이 있었지만, 내년에 더 많은 일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회사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내년에도 추가 감원이 필요하며 이는 자연 감소와 충원의 유보,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통해 이뤄질 것”이라면서 “부분적으로는 비자발적 퇴직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잉이 대규모 감원 방침을 강행하는 배경에는 회사의 주요 수입원이던 복층 여객기 수요가 부진한 영향이 있다. 최근 보잉은 주력 모델인 777기종 판매가 부진하자 내년 8월부터 월간 생산을 현재 8.3대에서 5대로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보잉은 트럼프 당선인의 공식 취임을 앞두고 이란과 맺은 수주 계약이 좌초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지난 11일 보잉은 이란 국영항공사 이란항공과 여객기 80대 수주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이 최종 성사되려면 미국 재무부와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문제는 트럼프가 그간 대(對)이란 경제 제재 해제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데다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 가격을 놓고 보잉에 불만을 드러낸 터라 해당 계약이 승인을 받지 못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보잉은 이란의 80대 여객기 수주 계획이 공식 체결되면 미국 내 수천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같은 날 완성차 업체 GM은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 조립공장에서 약 1300명의 인력을 줄이고 내달부터 1주에서 3주가량 5개 공장의 생산을 일시적으로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자동차 수요가 부진해지자 재고 관리 차원에서 인력과 감산에 나선다는 것이다. GM은 공시를 통해 디트로이트 햄트래믹 공장에서 600명의 정규직 노동자와 670명의 임시직 직원을 감원할 예정이다. 이 공장에서는 쉐보레 볼트와 뷰익 라크로스 등이 생산된다. GM 측은 소비자들의 차량 선호가 세단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나 픽업트럭으로 변하면서 생산을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는 대선 기간 포드를 콕 집어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미국의 일자리를 멕시코로 옮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마크 필즈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17일 소형 자동차 생산 라인을 미국에서 멕시코로 이전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보다 앞서 일본 도요타도 내년말까지 미국 켄터키 사업부를 정리하고 댈러스로 사업부를 옮긴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감원이 이뤄질 전망이다. 감원은 내년 1월부터 2018년 말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도요타는 아직까지 감원 규모는 밝히지 않고 있다. 현재 이 사업부에는 650명이 근무하고 있다. 미국 중장비업체 캐터필러도 지난 14일 비용절감을 위한 감원에 나설 것임을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캐터필러는 이미 지난해 가을 2018년까지 전 세계 20개 시설 운영을 중단하거나 합병시키고, 1만 명을 감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