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전부터 관심이 집중됐던 선강퉁(선전-홍콩거래소 교차매매)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저조한 성적표를 기록 중이다. 선강퉁 거래 부진으로 중국 중소형 주식에 투자하는 중국본토펀드도 자금 순유출을 나타내고 있다.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6일 현재 선강퉁 거래대금은 첫 시행일 대비 82.8% 급감한 1074만5074위안을 기록했다. 선강퉁 시행 첫 날인 지난 5일 6250만204위안을 기록했던 거래대금은 14일 1000만 위안대에서 100만 위안대로 떨어지며 감소세를 이어가기도 했다.
선강퉁이 기대만큼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면서 중국본토펀드 인기도 사그라들며 자금 이탈로 이어지고 있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 동안(12월 16일 기준) 중국본토펀드에서 80억 원이 순유출됐다. 지난 6개월간 자금유출 규모도 1074억 원에 이른다.
중국 선전증시는 정보통신(18.8%), 산업재(18.4%), 경기소비재(16.5%) 및 2차전지 등이 포함된 소재(13.4%) 등 중국 정부가 육성하고자 하는 신흥 산업 및 중소기업이 주를 이루고 있다. 선전증시가 중국 중소형주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에서 선강퉁 시행 전부터 중소형주를 편입한 중국본토펀드로 대규모 자금 유입세가 지속된 바 있다.
중국 증시가 약세를 지속하면서 중국본토펀드 수익률도 부진하다. 지난 16일 상하이종합지수는 전주 대비 3.5% 하락한 3122.98로 거래를 마쳤다. 물가와 자산가격 상승에 따른 통화정책 변화 및 규제 리스크 확대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본토펀드의 1주일, 1개월, 3개월 수익률은 각각 -3.84%, -3.99%, -0.61%로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백승혜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물가와 금리상승은 최근 글로벌 시장의 공통 현상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중국과 같은 과잉 부채 및 과잉 유동성 경제는 자산시장이 금리 변동에 예민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위안화 환율의 약세 압력도 통화 긴축을 부추기는 변수다. 최근 3개월간 위안화 환율 상승은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고평가된 위안화 정상화, 미 금리인상에 따른 달러 강세 등 영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선강퉁 투자에 대해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할 것을 제안했다. 선전증시의 높은 밸류에이션과 후강퉁 사례 등을 고려할 때 선강퉁이 시행되더라도 저평가된 종목의 주가가 단기간에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중국 현지 투자은행(IB) 전문가들은 선강퉁 영향을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해석하고 있다.
박인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현지 투자은행(IB)들의 선강퉁에 대한 평가를 정리해 보면 선강퉁은 단기적으로 중국시장 방향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가 아니다. 장기적인 의미가 더 큰 이벤트”라며 “본토시장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어 박 연구원은 “선강퉁 시행 시점 전후로 부양이 예상되는 중국 증시를 최선호로 추천하지만 선강퉁 때문에 매수하자는 논리는 아니다”라며 “선전증시의 높은 밸류에이션 및 변동성을 감안한 철저한 분석을 통해 소수 업종과 종목으로 투자 대상을 압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