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트럼프가 그래도 잘하는 것은

입력 2016-12-19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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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준호 국제부 기자

도널드 트럼프가 아직 미국 대통령에 취임하지 않았음에도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온갖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아마 미국 역대 대통령 당선인 가운데 트럼프처럼 취임하기도 전에 전 세계를 들썩이게 하는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취임하고 나서도 미국과 전 세계가 어디로 향할지 확신할 수는 없다. 시장의 기대대로 미국 경제성장을 가속화할 수도 있다. 아니면 박근혜 대통령처럼 정경유착으로 탄핵 심판을 당하든지.

사실 트럼프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안한 마음이다. 그는 미국 최초의 기업인 출신 대통령이다. 이탈리아에서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라는 기업인 출신 전 총리가 나라를 망친 사례가 있다.

그렇지만 트럼프를 칭찬할 만한 부분이 생긴 것 같다. 에어컨업체 캐리어 공장의 멕시코 이전을 막은 것이 그렇다. 사실 이에 대해 생색내기에 불과하며 민간 기업의 경영권을 침해한다는 비판도 바로 나왔다. 어찌 됐든 트럼프가 개입하면서 당장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했던 800명이 안심할 수 있게 됐다. 미국 포춘은 최근 기사에서 트럼프가 캐리어 공장의 유지 대가로 연간 70만 달러의 세제 혜택을 약속했지만, 이들 근로자가 좋은 직업을 유지해 국가에 내는 세금은 14배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모두가 행복한 상황이 된 것이다.

또 트럼프가 열심히 일자리를 강조하면서 IBM 등 많은 기업이 미국에서 다시 고용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이들 기업이 약속을 지킬지는 모르겠지만 지표를 들이밀면서 고용시장이 나아졌다고 떠드는 것보다는 대중의 피부에 더 와 닿을 것이다. 우리나라도 포퓰리즘이라 비판받아도 이렇게 나서서 단 한 명의 일자리라도 지켜주는 대통령이 있으면 좋겠다.

빌 게이츠는 트럼프와 만나고 나서 그가 J.F. 케네디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부도 정도껏 해야지’ 하는 마음이 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혁신적인 대통령에 대한 바람이라고 풀이할 수 있겠다. 트럼프가 게이츠의 비유에 담긴 속뜻을 되새겨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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