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인이 산지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제 값에 팔 수 있는 시장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농협이 팔을 걷었다. 농산물 도매사업을 통해 농가소득 5000만 원 시대를 열겠다는 목표다. 지난해 전국 평균 농가소득은 3700만 원 수준이다.
농협은 올해 농산물 도매사업 이후 첫 3조 원의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고 15일 밝혔다. 농산물 도매사업의 두 축인 공판사업(농협공판장을 통한 판매사업)과 청과도매사업(농산물을 구입해 대형 유통업체에 공급하는 사업)이 각각 1조8000억 원과 1조2000억 원의 균형 잡힌 성과를 달성할 것이란 설명이다.
농협에 따르면 농산물 도매사업은 해마다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2010년 2조2285억 원 규모에서 2012년 2조6092억 원으로 17.8% 증가했다. 2014년 2조6680억 원으로 2.3%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 2조9090억 원으로 9.0% 성장했다. 올해는 3조600억 원 규모로 5.1%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여전히 국내 식품제조 업체가 제품 원료로 사용하는 농축산물 가운데 국산 원료의 비율은 30%대 초반에 그치는 실정이다. 이에 농협은 유통구조를 변화시키고 우리 농축산물의 판로를 확보하기 위해 SPC그룹, CJ푸드빌 등 농축산물을 대량으로 사용하는 식품업체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SPC그룹은 현재 원재료로 사용 중인 수입 농산물 중에서 대체가 가능한 품목을 우선적으로 우리 농산물로 바꾸고, 국산 비중을 점차 확대시킬 예정이다. CJ푸드빌은 주력 사업인 외식 부문에서 국산 농산물을 활용한 신상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농협은 농산물우수관리(GAP) 인증 상품의 산지 구축을 바탕으로, 농림부와 협업을 통해 안전한 농산물의 공급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롯데마트와 GAP 계절과일 판촉전(5월), GAP 농산물 대전(10월) 등을 통해 올해 60억 원까지 판매를 확대한 바 있다.
로컬농산물의 경우 공판장과 연계 마케팅을 통한 직송체계 강화로 전국 홈플러스 128개 점포에 80억 원 규모를 공급했다. 내년에는 200억 원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또 대형마트의 기업형 슈퍼마켓(SSM)과 서원유통, GS리테일 등에 마케팅을 강화해 올해 800억 원의 우리 농축산물을 공급한 데 이어 내년에는 1000억 원으로 늘린다는 목표다.
아울러 농협은 40조 원 규모의 국내 식자재 시장 공급 확대를 위해 품목별·시기별 주산지 구축과 전용 원물 확보에 힘쓰고 있다. 이를 통해 올해 CJ프레시웨이, 삼성웰스토리, SPC그룹 등에 식자재용 원물·소포장 상품 공급을 확대했다는 설명이다. 앞으로는 유통업체와 협력해 식자재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농가소득 증대를 위해 농협은 ‘또 하나의 마을 만들기’ 운동도 전사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단체장 등을 농촌마을의 ‘명예이장’으로 위촉하고 소속 임·직원은 ‘명예주민’으로 참여시키는 사업이다. 이를 통해 마을의 숙원사업을 지원하고 도·농 협동의 새로운 모델을 창조한다는 구상이다.
현재까지 농촌 마을을 특화시키는 핵심 역할을 수행할 명예이장으로 총 932명을 위촉한 바 있다. 이 중 농협 자체적으로 총 522명의 명예이장이 활동하고 있다. 명예이장 1명당 명예주민(임직원) 30명이 참여한다고 볼 때, 1만5000명이 넘는 농협의 임직원이 농촌마을에 활력을 주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농가주택 수리, 도배·장판 교체, 마을정화 및 꽃길 가꾸기 등을 통해 마을의 주거환경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또 노인들의 말벗이 되고, 마을행사에 참여하며, 농한기에 마을주민들을 서울로 초대해 나들이를 함께하는 등 물리적 거리를 넘어 도농 간 이웃사촌으로 지내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 같은 자매결연 사례 중 농산물도매분사의 경우 사업과 연계해 마을주민에게 소득 창출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농산물도매분사는 4월 충남 태안군의 고일마을(상옥2리), 강원도 평창군의 가시머리마을(횡계리)과 자매결연을 통해 농촌 일손 돕기를 시작했다. 단순한 일손 돕기와 마을환경 개선에 그치지 않고, 태안군 고일마을에서 생산한 사과를 판매하는 데도 앞장섰다.
고일마을의 사과는 2013년 대한민국과실산업대전 사과부문 최우수상 수상, 2016년 기획재정부장관표창 수상 등 우수한 품질을 인정받으면서 주로 유명백화점 명품관에서 판매됐다. 하지만 중간상인을 통해 공급하다 보니 비싼 판매 가격에 비해 농장에서는 제값을 받지 못했다.
이에 농산물도매분사는 검증된 사과의 품질에 걸맞은 농가 소득 향상을 위해 상품화 컨설팅을 실시했다. 또 국산 우수농산물 선정사업인 ‘명인명작(名人名作) 농산물’로 선정해 제품 브랜딩 작업을 추진했다. 이런 과정을 거친 우수제품은 농협 매장을 통해 전량 판매될 수 있도록 해 농가에서 제값을 받고 팔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김병원 농협 회장은 “농업인이 행복하게 농사를 지어 생산한 농산물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소비되는 시장 환경을 조성하겠다”며 “농심을 가슴에 안고 국민과 함께한다면, 농가소득 5000만 원 시대도 머지않아 도래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