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전경련의 재산은 너무 많습니다. 이 많은 재산을 갖고 싱크탱크로 거듭난다고 한들 결국 돈 때문에 또 다시 변질될 것입니다.”
존폐 기로에 놓인 전경련의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진정성 있는 변화를 위해서는 먼저 수천억 원대 이르는 자산을 처분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한다.
2014년 말 현재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자산은 3603억 원으로 추산된다. 이 중 부채는 3489억 원, 자본은 112억 원이다. 부채 비율이 3115%에 달한다. 전경련이 이처럼 비정상적인 재무상태를 갖게 된 것은 신사옥 건설 때문이다. 여의도 스카이라인까지 변화시키며 2013년 화려하게 등장한 전경련 신축회관은 전경련 재정 자립이라는 원대한 꿈을 갖고 추진됐다.
무려 4000억 원에 달하는 어마어마 한 규모의 부채를 끌어들였지만 전경련은 크게 우려하지 않는 모습이다. 여의도에서도 알아주는 높은 임대료를 받고 있는 탓에 부채를 금방 털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기 때문이다. 당시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은 “임대를 시작하고 8년 정도가 지나면 부채를 갚을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도 전경련은 약 300억~400억 원의 임대 수입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전경련은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언급한 미국 헤리티지 재단을 모델로 한 변화가 가장 유력시되고 있다. 그러나 수천억 원에 이르는 자산과 이를 기반으로 하는 수백억 원의 자체 수입 기반을 갖고 있는 싱크탱크 출범에 전문가들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지나치게 많은 자산과 자체 수입 기반을 갖는 것은 자칫하면 조직의 성격을 변질시킬 가능성이 농후하다”면서 “전경련이 현재 갖고 있는 자산 그대로 싱크탱크로 전환할 경우 다시 현재의 전경련으로 퇴화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변화의 전제 조건으로서 전경련 소유 자산의 조기 매각을 통해 부채를 상환하는 등 ‘몸집을 줄이는 구조조정’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더불어 현 전경련 회장단도 완전 배제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전경련이 잿밥(사무국 운영)에 관심이 더 많았던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면서 “해체가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최소한 기업을 위한 진전성 있는 단체로 거듭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2013년 12월 여의도에서 준공된 전경련 신축회관(지하 6층, 지상 50층)에는 전경련 사무국 외에 LG CNS, 한화건설 등이 입주해 있다. 전경련과 같은 ‘비영리 사단법인’은 이사회 3분의 2 이상이 찬성할 경우 해산되며, 해산될 경우 회원 간 합의를 통해 자산을 처리하게 된다. 자산 처리 후 남는 부분은 유관 단체로 이관되거나 국고에 귀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