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운명의 날’을 맞았다. 탄핵소추안 처리 당일에 대국민 사과를 발표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달리 박 대통령은 표결 전까지 공개 메시지 없이 침묵 모드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결과가 나온 이후 어떠한 형식으로든 별도의 입장을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9일 청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탄핵 시계를 멈출 수 없는 폭풍전야의 긴장감 속에서도 담담하게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탄핵표결 당일인 이날에도 박 대통령은 참모들과 함께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의 표결 과정을 예의주시하면서 결과에 따른 대응 방안을 구상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4차 대국민 담화 또는 기자회견을 통해 ‘질서있는 퇴진’의 진정성을 밝혀야 한다는 일부 참모들의 건의와 4월 퇴진 의사를 육성으로 밝혀 달라는 친박(친박근혜)계 일부 인사들의 요청도 거절했다. 가결 저지를 위해 새누리당 비박계를 설득하는 ‘전화 정치’도 없었다.
대신 수시로 핵심 참모들과 만나 정국 대처 방안을 논의하는 등 차분하고 침착하게 업무를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담담하고 차분하게 표결 상황을 지켜본 뒤 표결 결과에 맞춰 최선을 다하자’고 했다”면서 “차분하게 대처해 국정이 혼란스럽지 않도록 일해달라고도 당부했다”고 전했다.
청와대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비책을 준비 중이다. 특히 탄핵 표결 결과가 나온 이후 내놓을 메시지를 시나리오별로 다듬고 있다. 탄핵안이 가결되면 박 대통령은 곧바로 홍보수석이나 대변인을 통해 ‘국회의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뜻과 함께 헌법재판소에서 자신의 결백을 밝히겠다는 내용의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부결될 경우 박 대통령은 국정 정상화에 본격 나설 예정이다. 다만 박 대통령이 직접 국민 앞에 나서 내년 4월 퇴진과 6월 조기대선을 골자로 한 ‘질서있는 퇴진’ 의지를 밝히며 정치권의 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나든 야당과 ‘촛불민심’의 즉각 퇴진 압박은 계속돼 박 대통령은 ‘식물 대통령’으로 남게 될 가능성이 크다. 당분간 비정상인 국정운영도 불가피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