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선전과 홍콩 증시 간의 교차거래를 허용하는 선강퉁(深港通) 제도가 5일부터 시행되면서 관련 거래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고 있다. 중국의 나스닥으로 불리며 유망 신성장 종목들이 보인 선전증시에 국내 투자자들이 직접 투자할 수 있는 길이 개막한 것. 이로써 2014년 11월 17일부터 시행된 후강퉁(港通ㆍ상하이-홍콩 주식시장 교차거래)에 이어 중국 자본시장은 해외 투자자들에 한층 더 개방된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가 선강퉁 시행으로 직접 투자할 수 있는 선전증시 종목은 881개다. 종목수는 선전증시 전체 상장 종목의 48%밖에 안 되지만 시가총액 비중은 71%, 일평균 거래대금은 66%를 차지한다. 시장별로는 메인보드 267개, 중소판 411개, 창업판 203개 종목이다.
다만 투자 리스크가 높은 창업판에 대한 투자는 선강퉁 시행 초기인 만큼 개인 투자자의 참여는 제한되고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기관투자자에게 우선 개방된다.
선전증시는 한국의 코스닥시장과 마찬가지로 IT, 헬스케어, 전기차, O2O(온라인과 오프라인 연계), 경기소비재 등 신성장 업종의 비중이 압도적이다. 또 주로 국유기업으로 이뤄진 상하이증시와 달리 선전증시는 민영기업이 과반을 차지한다.
중국 정부가 2000년 이후 중소기업과 벤처기업 육성 전략을 추진하면서 선전거래소에 집중적으로 투자를 유치한 결과다.
그러나 선강퉁 투자는 초기 시행인 만큼 무엇보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우선 선전증시가 고평가돼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KB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선전증시 메인보드(A주)의 12개월 후행 주가수익비율(PER)은 47.68배에 달했다. 이는 같은 날 코스피 PER가 12.74배인 점을 고려할 때 선전 A주의 가격이 코스피보다 4배 가까이 높게 평가돼 있다는 것을 뜻한다.
유동원 키움투자증권 연구원은 “선전증시 상장사의 높은 밸류에이션(평가가치)으로 선강퉁 시행 이후 외국인 투자자가 단시간 내 급증하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신성장 기업들이 많은 선전증시에 ‘고수익ㆍ고위험’ 투자를 상대적으로 선호하는 개인투자자 비율이 높다는 점도 우려할 만한 요인이다.
선전증시에서 거래대금 기준 개인투자자 비율은 86%에 달한다. 대내외 재료에 따라 극심한 주가쏠림 현상으로 증시의 변동성이 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일각에선 선강퉁의 시행은 최근 강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 주식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다만 후강퉁 때처럼 급격한 강세장의 출연 가능성은 낮을 전망이다. 이는 과거 후강퉁에서의 학습 효과가 있는 데다가 선전 주식시장의 높은 밸류에이션과, 빠르게 절하되는 위안화 환율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 최설화 연구원은 “선강퉁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고, 숲보다 나무를 보는 전략이 요구된다”면서 “선전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들은 중국의 내수시장과 동반 성장할 수 있는 유망한 산업과 종목들이 많고, 선전 주식시장이 상하이 주식시장에 비해 성장성 대비 밸류에이션을 나타내는 PEG(주가수익성비율)지표가 더 낮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