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이 다섯 달 만에 상승세를 멈추고 하락 반전했다. 소강상태를 보이던 원ㆍ달러 환율이 9월부터 오름세를 보인 까닭이다.
하지만 수출 개선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수출 경쟁국인 중국과 일본의 통화 역시 내림세로 전환하며 원화 가치 하락에 따른 긍정적 효과는 희석될 것으로 관측된다.
24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10월 우리나라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은 111.94를 기록해 전월(112.89) 대비 0.84% 떨어졌다. 앞서 우리나라 실질 실효환율은 지난 6월(107.37)부터 9월(112.89)까지 4개월 연속 증가한 바 있다.
실질실효환율이란 세계 61개국의 물가와 교역비중을 고려해 각국 통화의 실질적 가치를 보여주는 지표다. 수치가 100보다 낮으면 기준연도(2010년)보다 그 나라 화폐 가치가 고평가됐음을, 낮으면 저평가됐다는 의미다. 즉, 수치가 상승하면 수출 가격경쟁력이 약화됨을, 하락하면 강화됨을 뜻한다.
실질실효환율 하락률은 61개국 중 6위에 이름을 올렸다. 1위는 5.2% 떨어진 영국이 차지했고, 뉴질랜드(-1.76%), 싱가포르(-1.57%), 스웨덴(-1.47%) 순이었다.
같은 기간 일본의 실질실효환율은 82.74로 전월(83.8) 대비 1.06% 떨어졌다. 중국도 121.05를 보이며 전달(121.16)에 비해 0.1% 내렸다.
이 같은 추세는 8~9월 큰 변동이 없었던 원ㆍ달러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불거지며 10월 들어 상승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9월 1107.49원에 불과했던 원ㆍ달러는 10월 1125.28원으로 전월대비 1.6% 올랐다.
문제는 수출 경쟁국인 일본과 중국 통화에 비해 고평가는 여전하다는 점이다. 엔화와 위안화도 절하된 탓에 엔화와 원화 간의 실질실효환율은 135.29로 지난 5월(135.55) 이후 최고치를 보였다. 위안화와 원화 간 실질실효환율 역시 92.47로 전달(92.17)에 비해 소폭 상승했다.
이에 따라 실질실효환율이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출 개선 효과에 미치는 영향력은 다소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환율이 절하되고 미 달러가 강세가 됐다면 수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위안화와 엔화 등 수출 경쟁국 통화도 함께 절하됐다면 긍정적인 요인이 상쇄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성윤 현대선물 연구원은 “10월 원ㆍ달러가 상승세를 타기 시작하며 실질실효환율이 하락반전한 것으로 보인다”며 “원화만 절하될 경우 수출 개선 효과가 뚜렷하지만, 중국과 일본 통화가 같이 절하될 경우 효과가 반감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