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 1강 시대 도래=미국 달러화의 주요 통화에 대한 종합적 가치를 나타내는 실효환율은 21일(현지시간) 131.9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인프라 정비 등 공공투자를 확대하는 등 재정지출을 늘려 인플레이션과 경제 성장 속도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기대로 달러화에 투자가 몰리고 있다. 유로화 대비 달러화 가치는 이날 0.4% 하락했지만 지난 18일까지 무려 10거래일간 올라 1999년 유로화 출범 이후 가장 긴 강세를 나타냈다. 일본 엔화 대비 달러화 가치도 반년 만에 111엔 선을 돌파했다.
◇글로벌 자금 ‘채권’에서 ‘주식’으로=글로벌 자금이 채권에서 주식으로 옮겨가면서 뉴욕증시도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 랠리가 이어지면서 21일 다우지수와 S&P500지수, 나스닥 지수 등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또 트럼프의 정책으로 미국 중소기업들이 가장 많은 혜택을 볼 것이라는 관측에 소형주 중심의 러셀2000지수도 이날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러셀2000지수까지 포함해 뉴욕증시 주요 4개 지수가 동시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은 1999년 이후 처음이라고 전했다. 러셀2000지수는 12거래일 연속 상승해 2003년 6월 이후 최장 기간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난 8일 미국 대선 이후 상승폭은 10%로 S&P500지수(2%)의 다섯 배에 달했다.
일본증시도 달러화 강세에 따른 엔저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엔화 약세에 수출 의존도가 높은 일본이 혜택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로 일본증시 닛케이225지수는 이날 10개월 반 만에 1만8000엔 선을 회복했다. 미국 대선 이후 닛케이지수는 약 5% 뛰었다.
글로벌 채권시장 기준인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2bp(bp=0.01%포인트) 떨어진 2.33%를 기록했다. 그러나 미국 대선 전에 1%대 후반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트럼프가 인플레이션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에 채권에 매도세가 유입되고 있다. 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인다.
◇신흥국은 죽을 맛=신흥국은 이른바 ‘트럼프 탠트럼(Trump tantrum·트럼프 발작)’에 신음하고 있다. 미국 달러화와 증시 강세에 신흥국 주식과 채권 펀드에서 자금 유출이 가속화하고 있다. 인도 이코노믹타임스는 이날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설문조사를 인용해 이달 글로벌 펀드매니저들 중에서 신흥시장 투자 의견을 ‘비중확대’로 유지한 비율이 4%로, 10월의 31%에서 급락했다고 전했다. 시장조사업체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에 따르면 지난 10일부터 16일까지 신흥국 주식형 펀드에서 총 54억4000만 달러(약 6조4137억 원)가 유출됐다.
더 큰 문제는 신흥국 통화 가치의 하락이다. 터키 리라화와 멕시코 페소화 가치는 달러화 대비 사상 최저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위안화 가치를 이날까지 12거래일 연속 평가절하해 8년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뜨렸다. 이는 사상 최장 기간 하락세다.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신흥국이 달러화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외환위기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노믹스에 대한 근거 없는 열광?=전문가들은 아직 트럼프 정책이 가시화한 것도 아닌데 시장이 과도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미 취임 전임에도 계속 말을 바꾸고 있다. 대부분 한국·일본과의 동맹, 이민정책 등 외교와 사회정책에서 대선 전 강경한 어조를 온화하게 전환하고 있어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가 강력한 재정지출과 감세 등 핵심 경제공약에서 후퇴하면 시장이 충격에 빠질 수 있다. 일본 애셋매니지먼트원의 가모시타 겐 펀드매니저는 “트럼프 정책의 구체적 내용은 여전히 불투명한데도 기대가 앞서고 있다”며 “시장이 트럼프의 발언에 따라 출렁거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