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시장안정화 조치로 1조5000억원 규모의 국고채 매입을 알린 가운데, 채권시장에서는 약세 흐름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2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30분 기준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1bp(1bp=0.01%포인트) 상승(채권 가격 하락)한 1.746%에 거래되고 있다.
국고채 5년물과 10년물도 전일대비 각각 2.7bp, 2.3bp 오른 1.895%, 2.155%에 거래되고 있다.
앞서 지난 18일 한은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채권 금리가 급등하자 국고채 1조5000억원 단순매입을 발표했다. 한은이 시장 안정화를 목적으로 단순매입에 나선 것은 지난 2008년 이후 8년 만이다. 다만, 지난해 환매조건부채(RP) 대상 증권 확보를 위한 국고채 단순매입은 세차례 있었다.
한은은 이날 국고채 지표물과 비지표물을 구분해 지표물은 △16-2 △16-3 △16-4 등 3개 종목 1조2000억원 규모를 매입한다. 과거 시장안정을 위한 실시한 6차례의 단순매입 시 지표물 매입 규모 평균 8000억원을 상회하는 수치로, 역대 최대 규모다. 비지표물은 △13-8 △14-5 △15-1 등 3개 종목을 3000억원 규모로 사들이기로 했다.
한은 관계자는 “경과물보다는 지표물 매입이 시장안정화에 더욱 효과적이라 판단했다”며 “시장 불안 심리를 진정시키는 효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금리 불안을 잠재우기에는 다소 부족해 보인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최근 우리나리 채권시장 약세는 미국 채권 금리 리스크에 동조된 탓인데다, 단순 매입 규모도 시장에서 기대했던 3조원의 절반 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의 채권 딜러는 “한은의 개입에도 여전히 밀리고 있다”며 “피셔 미 연준 부의장 발언과 FOMC 의사록 확인 심리가 크게 작용했고, 한은의 단순 매입에 따른 영향을 구분해 내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정성윤 현대선물 연구원은 “시장에서 크게 반응은 없는 것 같다”며 “해외 시장 금리 상승 압력이 전혀 안정됐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에서 1조5000억원 규모는 그다지 큰 규모가 아니다. 금리 상승을 되돌리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채 매입 효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또 다른 증권사의 채권 딜러는 “지표물이 포함됐다는 점은 한은의 시장안정화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한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도 속도 조절 효과는 어느정도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