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박근혜 대통령이 공모했다는 검찰 수사 결과에 맞서 예상 외의 시나리오를 내놨다. 검찰수사를 거부한 채 특검 수사와 탄핵을 통해 심판을 받겠다며 역공을 편 것이다. 여야 합의로 추천한 국무총리를 수용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철회할 수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는 노골적으로 시간을 끌면서 최순실 사태를 장기화 국면으로 끌고 나가겠다는 심산으로 풀이된다. 청와대는 이미 탄핵 가능성이 높다는 전제하에 특검 수사와 황교안 권한대응 체제에 대비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돌입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21일 “청와대가 박 대통령 탄핵을 포함해 실제 탄핵 이후 총리의 대통령 권한대행과 헌법재판소의 최종 결정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국정 상황에 대해 예측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를 검토하며 대응책을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전날 검찰은 최순실 씨와 안종범 전 수석을 재판에 넘기면서 이들의 공소장 범죄 사실에 ‘대통령과 공모하여’라고 적시했다. ‘최순실 게이트’로 드러난 주요 범죄에 박근혜 대통령이 관여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청와대는 그러나 입증되지 않은 ‘사상누각’이라며 검찰 조사를 거부하고 특검에서 무고함을 밝히겠다고 맞섰다. 여기엔 검찰 수사 결과가 공정성에 어긋난다는 점을 빌미로 다음 달 초부터 최장 120일 동안 진행될 특검 수사 준비에 올인하며 법리논쟁을 장기전으로 끌고 가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청와대는 검찰의 문제제기 대부분에서 무혐의를 입증할 자신이 있다는 생각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청와대는 “차라리 합법적 절차에 따라 하루빨리 논란이 매듭지어지길 바란다며 사실상 국회에 탄핵 절차를 밟아줄 것을 요구했다. 이 역시 정치권의 탄핵 추진 움직임이 본격화된 것을 역이용, 시간을 벌어보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되더라도 헌재의 탄핵심판까지 최대 6개월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미 청와대는 탄핵 절차 돌입에 대비해 전열을 재정비하는 모습이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회가 추천하는 총리를 임명하겠다는 대통령의 제안은 아직 유효하냐’는 질문에 “야당에서 얘기하는 총리가 박 대통령의 제안과 다르다”며 “지금 상황이 좀 변했으니 지켜보자”며 철회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는 국회 추천총리 대신 박 대통령이 국정 운영권을 쥐기에 유리한 황 총리를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맡기겠다는 구상까지 구체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검찰 조사 거부에 이은 박 대통령의 ‘마이웨이식’ 행보에 야권의 반발과 정국의 혼돈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