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선 헌정 사상 처음으로 피의자 신분이 됐다. 혐의가 입증된 건 아니지만, 검찰은 박 대통령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공모했다고 보고 있다. 사실상 탄핵 추진을 위한 신호탄을 쏘아올린 셈이다.
검찰은 20일 최순실 씨와 청와대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을 구속 기소하면서 박 대통령을 직권남용과 공무상 비밀누설 등 혐의 피의자로 입건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객관적 증거는 무시한 채 상상과 추측을 거듭해 지은 사상누각일 뿐”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정연국 대변인은 특히 “차라리 헌법상·법률상 대통령의 책임 유무를 명확히 가릴 수 있는 합법적 절차에 따라 하루빨리 이 논란이 매듭지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해 사실상 탄핵 요구 입장을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야권 대선주자가 모여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 추진을 국회에 요청했다. 새누리당 내 비주류 의원 32명까지 탄핵에 찬성하면서 법률적 탄핵요건과 탄핵안 의결을 위한 정족수 모두를 갖춘 셈이 됐다.
하지만 정작 정치권은 탄핵소추안 발의를 망설이는 분위기다. 박 대통령의 탄핵을 전제로 한 국회 추천 총리를 청와대가 거부할 가능성이 큰 데다 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아서다. 조만간 특검 수사와 국회 국정조사가 시작되는 만큼, 정권 퇴진 운동을 하면서 여론의 추이를 살피자는 신중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민주당 원내대표실 관계자는 “탄핵 요건은 충분하다고 보지만, 실제 탄핵을 진행하는 건 정치적으로 쉽게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의총과 당 안팎의 고견을 들어 신중히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