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 34명이 기억하는 ‘음유시인’ 김광석

입력 2016-10-28 10:45 수정 2016-10-28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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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에 대한 추억으로 엮은 시ㆍ산문집 ‘이럴 땐 쓸쓸해도 돼’

(이럴 땐 쓸쓸해도 돼/ 박준 외 33명/천년의상상/15000원)
(이럴 땐 쓸쓸해도 돼/ 박준 외 33명/천년의상상/15000원)

“밤하늘에 빛나는 수많은 별들/ 저마다 아름답지만/ 내 맘속에 빛나는 별 하나/ 오직 너만 있을 뿐이야/ 창틈에 기다리던 새벽이 오면/ 어제보다 커진 내 방 안에/ 하얗게 밝아온 유리창에/ 썼다 지운다 널 사랑해.” - 김광석의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중에서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밥 딜런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우리나라의 대표 포크송 가수이자 ‘영원한 음유시인’으로 불리는 故 김광석이었다. 김광석은 ‘서른 즈음에’,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이등병의 편지’ 등 주옥같은 멜로디와 가사로 듣는 이들의 마음을 울린 가수였다. 그는 ‘그대 웃음소리’,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등 직접 쓴 아름다운 노랫말로 ‘영원한 음유시인’으로 불리고 있다.

그의 부드러운 언어는 쓸쓸함과 슬픔, 외로움을 나지막이 읊조리며 섬세하게 삶의 부분을 건드린다. 실제로 故 김광석은 시를 즐겨 읽는 사람이었고, 앨범에는 시에 멜로디를 담은 여러 편의 노래가 실려 있기도 했다. 그는 시를 통해 위로받았고, 시에 멜로디를 얹어 다른 사람들을 위로했다.

김광석이 떠난 지 20년. 여전히 그를 잊지 못하는 시인들이 그에 대한 각자의 추억을 더듬어 시 에세이집 ‘이럴 땐 쓸쓸해도 돼’를 출간했다. 이 책에는 이제 서른을 갓 넘은 박준 시인부터 70대인 정양 시인까지 문인 34명의 시와 산문이 각각 한 편씩 담겼다.

이 책에서 대부분의 시인은 직접적으로 故 김광석을 주제로 삼거나 호명하지 않는 대신 경험에 바탕하여 삶에 대한 사색을 풀어놓았다.

문형렬 시인은 김광석이 불교방송 심야 프로그램 진행자였을 때 하루 일과를 마치고 포장마차에서 조촐하게 소주 한잔을 걸치며 그와 직접 나누었던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백창우 시인은 김광석의 노제 당일 그토록 쓰고 싶지 않았던 추모시를 쓰던 기억을 더듬는다. 이원 시인은 김광석의 목소리와 노래가 어떤 무늬를 지녔는지를 써 내려가고, 김근 시인은 대학 졸업 여행을 가던 버스 안에서 갈 곳 모르던 어린 청년들이 한마음으로 김광석의 ‘나른한 오후’를 부르던 때를 회상한다.

정호승 시인은 ‘이럴 땐 쓸쓸해도 돼’에서 김광석의 마지막 노래의 가사가 돼버린 ‘부치지 않은 편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1987년 1월 14일 박종철 열사의 시대적 죽음이라는 비극을 마주하니 시를 쓸 수밖에 없었고, 그것이 김광석의 노래로 만들어져 여전히 많은 사람에 의해 불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이등병의 편지’를 작사ㆍ작곡한 싱어송라이터 김현성 씨가 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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