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샘은 109만여 개의 표제어를 담아 출발했는데, 보름 남짓한 지금 낯선 신조어가 많이 올라오고 있다. 예를 들면 ‘요롱이’. 허리가 긴 체형. 또는 그런 체형의 사람이다. 외모에 관심이 많은 시대여서 이런 말이 의외로 많다. ‘얼큰이’는 얼굴이 큰 사람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이다. 못생긴 사람은 ‘오징어’라고 부른다고 한다.
낯설고 이상하지만 다 신문 방송에 등장한 바 있어 사전에 등재하자는 제안이 올라오는 것이다. ‘얼큰이’의 경우 9년 전 어느 신문에 “선천적으로 발달한 턱에 마른 체형으로 얼굴이 더 커 보여 직장에서도 그녀는 ‘얼큰이’로 통한다”는 글이 실린 적이 있다.
자립할 나이가 지났는데도 부모에게 의지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은 자라족, 캥거루족, 빨대족 이렇게 세 가지나 된다. 캥거루나 빨대야 설명 안 해도 알겠는데 자라족은 뭔가. 부모라는 단단한 껍질 속에 숨어서 나오지 않는 사람들을 뜻한다. 좀 있으면 거북족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동의/찬성하기 어려운 단어도 많다. 예를 들면 ‘빼박캔트’라는 말. 일이 몹시 난처하게 돼 그대로 할 수도 없고 그만둘 수도 없다는 뜻인데, ‘빼도 박도 못 하다’라는 말에 ‘can’t’(할 수 없다)를 붙인 게 대체 어느 나라 말인가? ‘입진보’(말로만 진보를 말하고 실천하지 않는 사람)도 좀 거시기하다. ‘입보수’는 왜 없지?
더 웃기는 것은 ‘대인배’를 새로운 단어라고 올린 것이다. 요즘 기자들마저 더러 이렇게 쓰지만 소인배는 있어도 대인배는 있을 수 없는 말이다. 무리, 떼를 말하는 배(輩)가 좋은 뜻으로 쓰이는 경우는 없다. 모리배 정상배 치기배 폭력배 간신배 협잡배 불량배….
대인은 군자와 같은 말로 볼 수 있는데, 논어 위정(爲政)편을 참고할 만하다. “군자는 보편타당해서 편당적이지 아니하나 소인은 편당적이어서 두루 화친하지 못한다.”[君子周而不比 小人比而不周] 주(周)는 보편적인 것, 개인의 이해관계를 초월해 널리 여러 사람과 화친하는 것이다. 비(比)는 이해관계가 맞는 사람들하고만 사귀거나 친한 것이다. 그러니 무리지어 다니고 편을 짜는 게 소인배다. 동물도 맹수는 떼지어 다니지 않는다.
‘우리말샘’에 사용자가 첨삭한 정보는 표현·표기 감수를 거쳐 ‘참여자 제안 정보’로 표시되고, 해당 분야의 전문가 감수 절차를 거치면 ‘전문가 감수 정보’가 된다. 그 결과는 다른 사용자에 의해 다시 수정될 수 있다. 각 단계의 의견 교환과 토론을 통해 아주 이상한 말, 의미상 있을 수 없는 말, 바람직하지 않은 말들이 걸러지고 도태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이런 데 참여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말 만들기 좋아하는(특히 무조건 말을 줄이는) 젊은 세대일 테니 ‘안심’할 수 없다. 바른 말 가꾸고 지키기에 뜻있는 인사들의 많은 참여가 필요하다. ‘당신들의 우리말샘’이 되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