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3개월만에 1130원을 넘나들며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다. 12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힘을 받은 탓이다. 게다가 한국은행의 내년 금리 인하 가능성까지 부각되며 원/달러 환율은 꺾일 기세가 없어 보인다.
이제 관심은 원/달러 환율이 어디까지 올라가느냐에 쏠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달러 강세(원화 약세) 기조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높다.
◇ 원/달러 3개월만에 1130원대로 = 지난 18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8.50원 내린 1129.40원에 거래를 마치며 최근 달러 강세를 일부 상쇄하는 모습을 보였다. 장중 고점은 1135.00원, 저점은 1128.90을 각각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말부터 급등하기 시작했다. 9월 중순 1100선 아래서 움직이던 원달러 환율은 미국이 12월 기준금리를 인상한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면서 상승세를 탔다. 특히 지난 17일에는 미국의 경제지표 개선 소식에 장중 1140원대까지 치솟았다. 원/달러가 장중 1140원을 기록한 것은 지난 7월 26일(1142.6원) 이후 약 석 달만이다.
김두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OPEC과 러시아의 연이은 산유량 감산기대로 국제 유가가 반등했고, 미국의 기대인플레이션이 상승했다”며 “9월 미국 FOMC 의사록에서도 미국의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아 다시 한번 확인되며 달러 강세를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한은이 내년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기대도 원/달러 환율을 밀어 올렸다. 지난 13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금리 인하 전망은 내년 상반기로 밀렸다. 금리 인하에 따라 시중에 원화가 풀리면, 원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내려가는 탓이다. 이날 원/달러는 13.30원 오르며 지난달 12일(15.10원) 이후 최대 증가폭을 보였다.
◇ 단기전망 ‘달러 강세’ vs 중장기전망 ‘달러 약세’ = 시장에서는 원/달러 고점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당분간 달러 강세 기조가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미국이 금리 인상 가능성이 12월까지 원/달러 상승압력으로 작용하는데다, 미국과 유럽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까닭이다. 다만 미국의 금리 인상 강도가 예전에 비해서는 약화될 것으로 전망되는데다, 시장에는 대기성 매물까지 있어 올해 초와 같이 1200원을 넘나들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강달러 압력이 12월 FOMC까지는 유효하다고 보고 있다”며 “이와 별개로, 미국 대선이나 12월 이탈리아 헌법 개헌 투표 등 정치적 불확실성은 안전자산 선호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단기적인 변수는 오늘(19일) 발표되는 중국의 GDP등 경제지표다. 하 연구원은 “이날 중국 지표들이 좋게 나오면 원/달러의 상단이 제한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면서 “반대로 부진한 것으로 나올 경우 과거 수출 부진처럼 원/달러가 더 치솟을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그는 중국 경제 지표가 개선될 경우는 1130~35원 수준을, 부진할 경우 1140원 진입을 노릴 것으로 내다봤다.
중장기적으로 달러가 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한다고 강도와 횟수가 상당히 약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두언 연구원은 “최근 달러는 너무 과도한 속도감을 보였다. 환율 급등은 시기가 부담이지 추세적인 상승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연말 미국 금리 인상을 앞두고 주기적인 등락이 반복되겠지만, 금리 인상 이후 미달러화가 약세(원화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