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으로 법원경매에 많은 양의 제조업 공장들이 경매 처분되고 있다. 하지만 새 주인을 찾기가 어려운 탓에 경매를 신청한 유동화 회사들이 스스로 낙찰 받고 있어 채권자들이 떠안아 버리고 있는 상황이 증가하고 있다.
18일 법원경매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 9월 ‘공장’은 총 338건이 경매에 나와 이중 114건만 낙찰됐다. 전체 3건 중 1건만 낙찰되고 있는 것이다. 주거시설 경매 낙찰률 48.6%에 비하면 15%p가량 낮은 수치이다.
심지어 낙찰된 공장의 약 20%가 채권자인 유동화 회사들이 스스로 낙찰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9월 낙찰된 114건을 전수조사 한 결과 이중 약 19건(낙찰물건 중 약 16.7%)이 채권을 보유한 유동화 회사에서 낙찰 받았다. 낙찰된 114건의 총 낙찰가는 1991억 원이며 이중 유동회사 낙찰분은 429억 원으로 전체 21.6%를 차지했다.
실제 지난 9월 30일 전남 순천시 율촌제1산업단지 3블록에 위치한 대지 6693㎡, 건물 3209㎡의 공장은 2번의 유찰 끝에 3회차 경매에서 감정가의 56%인 26억5744만원에 낙찰됐다. 낙찰자는 경매를 신청한 ○○유동화전문유한회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달 5일에는 인천 검단일반산업단지 내 위치한 5층 규모(토지 3,300㎡/ 건물 11,713㎡) 제조 공장도 역시 2번의 유찰 끝에 ○○○유동화전문유한회사가 감정가의 59.7%인 72억 원에 낙찰 받았다.
금융권에서 공장을 담보로 진행한 대출에 부실이 생기면 법원경매에 넘기거나, 유동화 회사에 부실채권(NPL)을 매각하는 형태로 넘기게 된다. 부실채권을 매입한 유동화 회사에서는 경매를 진행시켜 채권 회수에 들어간다. 하지만 마땅히 입찰자들이 없어 수차례 유찰되는 경우 낙찰가 하락으로 인한 자산가치의 추락을 막기 위해 유동화 회사가 스스로 낙찰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문제는 경매 낙찰이 이뤄졌지만 실질적인 부실이 해결되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서류상으로 부실채권이 처리가 된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상 채권 유동화를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에서 해당 공장을 매입해 정상화시키기가 만무하기 때문이다. 결국 낙찰 받은 공장을 장기 보유 혹은 방치하면서 일반시장에서 매수자를 찾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창동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유동화 회사의 낙찰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공장 수요의 감소를 뜻해 제조업 경기 지표의 하락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동시에 부실채권이 해소되지 못함으로 인해 산업과 금융 경색을 초래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우려스러운 현상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