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 가뭄에 허덕이고 있는 조선사 ‘빅3’가 3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속사정은 신규 수주 없는 비용 쥐어짜기 효과여서 재무 건전성이 완전 회복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분석이다.
12일 조선업계와 FN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의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3430억 원이다. 매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11.2% 줄어든 9조6930억 원에 머물 것으로 보이지만, 비용절감 효과가 계속되면서 3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3년간 적자를 봤던 대우조선해양은 흑자로 돌아서 440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상반기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했던 삼성중공업도 590억 원의 이익을 남길 것으로 추정된다.
일단 적자의 늪에서는 빠져나오는 모양새이지만, 수주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인력 구조조정에 따른 고정비 절감효과가 직결된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라는 점에서 긍정적 신호만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대형 조선 3사의 수주 잔량이 예상보다 가파르게 급감하면서 일감이 평균 1.5년치도 안 되는 등, 수주 절벽은 심각한 상황이다. 여기에 현재 수주 잔고로 남아 있는 물량들도 수주 해지나 납기 연장을 배제할 수 없어 일감절벽의 위기감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조선 빅3는 올해 수주 목표치를 대폭 하향 조정했지만, 목표 달성률을 보면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의 수주 목표 달성률은 각각 14%, 16%, 8%에 그치고 있다.
특히 해양플랜트 부문의 수주는 올 들어 전무한 것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글로벌 유가 하락으로 기존에 발주가 예고된 프로젝트들도 취소되거나 연기되고 있어 수주 낭보를 전하기가 쉽지 않다. 여기에 경영 정상화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자산 매각이 난항을 겪으면서 재무 건전성 회복은 요원한 상황이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6월부터 추진해왔던 을지로 사옥 매각을 아직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 또 올해 5월에는 코람코자산신탁을 사옥 매각 최종 협상자로 선정해 기대감을 높였으나, 투자자가 모이지 않아 매각이 무산된 바 있다.
현대중공업 역시 자구계획 일환 중 하나인 하이투자증권 매각이 난항을 겪고 있다. 유일한 원매자인 LIG투자증권이 제시한 인수가격과 현대중공업이 기대하는 가격 간 차이가 커 매각 성사는 미지수다. 삼성중공업은 비핵심 자산 매각으로 거제호텔, 산청 연수원, 판교 R&D센터 등을 거론했지만, 아직까지 본격적인 매각 작업에 착수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