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이재용 삼성 부회장은 당시 전량 리콜이 진행 중인 ‘갤럭시노트7’ 골드를 왼손에 들고 서초 사옥 1층 정문으로 출근했다. 제품 교환이 시작된 갤럭시노트7을 직접 들고 나타난 이 부회장에 대해 업계는 사태 수습과 책임경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했다.
그로부터 3주일이 지난 12일 오전. 수요 사장단회의가 열리는 서초 사옥 로비의 분위기는 달랐다. 삼성전자가 전날 오후 긴급히 내린 갤럭시노트7 단종 결정 여파로 취재진이 대거 모여들었지만, 정문에 들어서는 사장단의 표정은 한결같이 굳어 있었다.
오전 6시부터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 장충기 미래전략실 사장, 정현호 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 사장 등이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입장했다. 이후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 임대기 제일기획 사장 등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기자들의 질문에 즉답을 피했지만, 표정에 깊은 우려와 비통함이 드리워 있었다. 1995년 애니콜 화형식 이후, 주력 사업의 최대 위기라는 현실이 이들의 어깨를 누르고 있었던 탓이다.
이날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 조남성 삼성SDI 사장 등은 서초 사옥 로비에 등장하지 않았다. 삼성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직접적 당사자들이 무슨 말을 하겠냐”면서 “추후 대책 마련과 완성도 높은 차기작 개발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