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공모제도 개편] 시장조성자 제도 부활…“퇴행적 발상” 지적도

입력 2016-10-05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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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철폐된 시장조성자제도가 10년 만에 부활했다. 적자 상태지만 성장 가능성이 큰 기업이 상장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면서 투자자 보호를 위해 주관사가 투자자의 손실을 일부 보전하는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오히려 공모가 저평가로 시장을 경직시킬 수 있는 퇴행적 발상이라고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5일 금융위원회는 ‘상장·공모제도 개편 방안’을 통해 적자상태인 기업이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으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수 있도록 일반 상장 요건과 특례 상장 절차를 개편했다.

기존에 이익 미실현(적자) 기업은 코스닥시장 일반상장 자격이 없었다. 금융위는 시가총액과 매출액 등 성장성과 관련된 지표와 함께 질적 심사 요건을 적용하면 적자 기업도 코스닥시장에 일반상장 할 수 있도록 했다. 특례 상장 부문에서도 기술기업 특례 외에 주관사가 추천하는 ‘성장성평가 특례상장’을 새로 도입했다.

객관적인 지표가 부실한 기업을 상장하는 데 따른 투자자 부담은 환매청구권(풋백옵션)을 통해 주관사에 일부 넘기기로 했다. 시장조성자 제도를 사실상 다시 도입한 것이다.

시장조성자제도는 신규 상장된 종목의 주가가 공모가의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주관사가 주식을 의무적으로 매수해 주가를 부양하도록 한 제도다. 증권사들의 공모가 부풀리기를 막기 위해 도입했지만 과도한 투자자 보호로 ‘묻지마 청약’을 유발해 2007년 폐지됐다.

그러나 이번 개편방안에서 상장주관사가 일정 기간 풋백옵션을 투자자에게 부여하는 방안을 다시 들고 나왔다. 상장주관사가 △성장성 특례상장 추천을 하거나(풋백옵션 6개월) △적자 기업의 일반상장을 주선하거나(3개월) △완화된 수요예측 또는 단일가격 방식으로 공모가를 산정할 경우(1개월) 공모에 참여한 일반 청약자에게 1~6개월간 공모가의 90%를 보장하도록 한 것이다.

이익 미실현 기업 위주로 상장을 주선하는 주관사는 기존보다 큰 상장 수수료와 신주인수권 등 인센티브를 갖는 대신 풋백옵션 의무를 부담해 시장 안정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반면 기존 상장 규정에 따른 안정형 기업 위주로 주선할 경우 풋백옵션 의무를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

한 증권사 IPO부서 관계자는 “이미 회사와 주관사, 기관간의 가격 수렴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마련된 국내 시장에서 시장조성자 제도는 퇴행적인 조치”라며 “오히려 상장·공모시장의 파이를 축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공모가 대비 주가 하락 우려와 단기 수익실현에 집중하게 되면 주관사나 회사가 공모 사이즈를 키우는 데 경직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해당 관계자는 “중국에서는 조단위 IPO가 넘치는 상황에서 공모가 버블은 자본시장에 먹거리를 키우기 위한 ‘필요악’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며 “이제 와서 다시 시장조성자 제도를 불러오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설명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주관사와 발행인이 협의하는 단일가격 IPO를 전면적으로 허용하는 대신 풋백옵션을 도입한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운용사 등 시장 유동성 공급자들이 참여하는 수요예측을 전면적으로 배제할 수 있도록 해 가격의 공신력을 낮춰놓고 1개월간 풋백옵션 혜택을 준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올해 ‘20대 금융개혁 과제’ 중 하나로 금융투자의 자기 책임 원칙을 강조한 것과 배치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가연계증권(ELS) 등 고위험 파생상품 가입에서도 투자 책임 원칙을 강조해온 금융당국이 IPO 청약시 손실을 보전해주는 제도를 내놓은 것은 과도한 투자자 보호라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업은 공모가를 높이려는 유인이 있고 주관사는 풋백옵션에 따라 공모가를 낮추려는 유인이 발생하면서 자연스레 시장 균형이 이뤄질 것”이라며 “주관사가 단기차익 실현 목적의 투자자에게는 적정 물량만을 배정하도록 유도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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