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공정한 감정평가, 부동산 산업 발전의 초석

입력 2016-10-05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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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환 국토교통부 1차관

부동산 가치평가제도의 역사는 고려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농본사회에서 토지는 국가의 중요한 자산이자 세금을 부과하는 근거였다. 고려시대에는 농지를 비옥도에 따라 상·중·하 3등급으로 구분해 과세했다. 조선시대에는 비옥도와 작황을 함께 고려해 9등급으로 세분화했다. 농지 등급의 적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평가 수행자도 엄밀히 관리했다. 고려시대에는 촌주나 촌장이 조사하고 각 도의 안찰사가 재심을 맡았다. 조선시대에는 각 관할 수령이 조사하고 중앙에서 관료를 파견해 적정성 여부를 파악했다.

이후 일제강점기와 정부 수립을 거치면서 근대적 평가제도가 점차 도입됐다. 1969년에 평가 전문 공공기관인 한국감정원이 설립됐다. 1970년대에는 전문 자격사 제도가 도입됐고, 1989년엔 ‘감정평가사’라는 직업군이 확립됐다.

지난 수십 년 동안 한국감정원과 감정평가사들은 각종 부동산 개발, 담보대출 등과 관련한 감정평가와 적정 과세를 위한 부동산 공시가격 조사 등을 통해 부동산 산업과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다만, 부실한 감정평가에 따른 대출·보상 사기와 그에 따른 금융기관과 국민 피해 등 평가의 공정성에 관한 논란이 정부의 제도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간헐적으로 발생한 것이 사실이다.

감정평가의 공정성이 특별히 문제가 되는 것은 업무의 특성 때문이다. 다른 대부분의 전문 자격사는 의뢰인의 요구를 최대한 충족시키는 것이 업무의 본질이다. 변호사는 의뢰인이 재판에서 최선의 결과를 얻도록 변론한다. 세무사나 관세사는 의뢰인의 요구에 따라 세무·통관 업무를 무리 없이 처리하면 된다. 그러나 감정평가사는 의뢰인의 선호와 관계없이 객관적이고 공정한 가격을 도출해야 하기 때문에 전문성과 더불어 윤리의식이 강조된다.

올해 초 ‘감정평가 선진화를 위한 3개 법률’이 제·개정된 데 이어 그 하위법령이 이달부터 시행됨으로써 1989년 도입된 감정평가 법령체계가 재정비, 감정평가제도와 산업 발전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 법령체계 개편의 가장 큰 의의는 감정평가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정부와 국회, 업계의 고민과 논의의 결과물이라는 데 있다.

주요 내용을 보면 우선 감정평가의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감정평가업자 추천제를 도입했다. 의뢰인이 요청할 경우 감정평가사협회에서 평가 대상의 특성에 따라 적합한 감정평가사를 추천하도록 했다. 이로써 감정평가 업무 수주와 업무 수행의 직접적 연결고리를 차단해 감정평가사들이 중립적으로 가격을 평가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토지 감정평가의 경우 인근 유사 토지의 실거래 가격을 기준으로 정확한 평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감정평가서에 산출과정을 보다 구체적으로 서술토록 해 결과의 수용성을 제고했다.

투명하고 공정한 부동산 가치평가는 부동산 산업의 토대다. 정부는 부동산 산업이 국민에게 신뢰받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서비스 산업으로 발전하도록 지원하기 위해 11월에 ‘부동산 산업의 날’을 제정할 계획이다. 새로운 출발선에 선 부동산 산업 발전이라는 계주의 첫 주자로서 감정평가 업계의 활약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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