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 한국, 유학오는 나라로 만들수 없을까

입력 2016-10-05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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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K-Pop과 K-경영, 어느 것이 세계인들의 관심과 주목을 더 받고 있을까? 구글의 빅데이터에서 K-Pop과 한국 기업명의 조회수를 비교해본 결과, 한국 기업에 대한 관심이 훨씬 높음을 알 수 있었다. 필자가 세계중소기업학회장으로서 남미에서부터 아프리카까지 많은 국가를 방문해본 경험에서도 세계인들은 한국 기업과 한국의 경제성장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한국이 내세울 수 있는 최고의 글로벌 상품은 한국 기업 그 자체이고 세계인들의 한국 기업 성장의 비결인 K-Management(K-경영)를 더 알고 싶어 했다. 아르헨티나 국립대학과 이집트에서는 MBA과정의 정규 과목으로 넣고 싶어 할 정도이다.

K-경영의 핵심은 자원의 상대성이다. 사람의 능력은 ‘몰입’의 정도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K-경영에서는 몰입을 가능케 하는 ‘흥(Excitement)’이 있었다. 유쾌한 회사를 비전으로 하고 있는 박현우 대표는 즐거운 직원들의 자발적 혁신으로 디지털 광고대행사 이노레드의 성공을 만들어가고 있다. 동신유압이라는 사출회사는 웃을 거리, 즐길 거리, 희망 거리를 줘서 사람을 살렸다. 이것이 K-경영의 매력이다.

미국 경영에서 중시하는 돈이 없어도, 천연자원이 없어도, 시장이 없어도 K-경영은 사람을 통해 경영 성과 창출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역사적으로 상대성이론은 이론의 판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자연과학의 아인슈타인과 사회과학의 다니엘 카네만이 그들이다. 특히 인간의 경제 행동은 어떤 프레임을 가지느냐에 따라 경제자원의 중요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다니엘 카네만의 프레임 이론이다.

K-경영도 사람 능력의 상대성이론에 근거하고 있다. 기업가가 몰입하고 종업원들이 꿈을 가지고 신나게 일하는 기업이 큰 성과를 거두었다. 아쉽게도 한국 내에서는 점차 K-경영에 대한 관심과 열기가 식어가고 있다. 오히려 싱가포르에서 삼성경영학·현대경영학, 워싱턴의 조지워싱턴대에서 K-Management 등으로 가르쳐지고 있다. 이제 해외에서도 팔릴 수 있는 K-경영의 재발견이 필요하다. 지난 45년간 7.3%의 경제성장의 비밀은 무엇일까? 이들의 성과 뒤에는 피터 드러커가 가장 칭찬했던 한국의 K-기업가 정신이 있었다. 이들은 몰입했고 위기에 도전했고 매년 혁신하고 창조해갔다.

그런데 오늘날 한국의 기업가정신은 세계 바닥 수준이다. 기업은 더 이상 모험하고 투자하지 않고, 경영학과 졸업생들은 위험에 도전하기보다 공무원, 대기업 직원 등에 매달리고 있다. 미국 경영학은 ‘너의 월급을 2배로 만들어 준다’는 명확한 기업가정신을 가진 경영자 양성이라는 교육 목표가 있다. 한국 경영학은 너무 세부 기능학으로만 빠져 들어가고 있다. 우리 사회에는 기업가란 돈만 있으면 아무나 할 수 있는 장식품쯤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그 부작용이 돌팔이 기업가의 양산이다.

그 결과 대한민국 K-경영의 3대 실패 사례가 만들어졌다. 이들 회사의 특징은 신제품 개발이 없고 미래에 대한 투자가 없다. 기업가정신의 3대 핵심 요소인 3C(Challenge·Chance·Change)는 없고 금융전문가들이 CEO를 맡아 본질보다는 금융 관리와 증상 처방에 급급하고 있다. 80여만 원하던 주가가 최근 2000원으로, 4만 원하던 주가가 1000원으로 폭락하는 원인이 됐다. 1902년 설립된 3M은 매출액의 40%를 신제품에서 만들어내는 창조성이 100년 지속가능 성장의 힘이 됐다. 신제품 개발과 미래 투자가 없는 기업은 더 이상 생존하기 어렵다.

3대 실패 사례는 한국 기업이 나가야 할 방향을 잘 가르쳐주고 있다. K-경영에 대한 인식 부족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60여 년의 역사를 가진 한국 경영학이 아직도 해외 이론에만 의존하고 있다면, 경영학계의 반성이 필요하다. 학문의 발전 단계란 해외 이론 수입 소개가 1단계이고, 외국 이론에 한국 데이터를 투입하는 것이 2단계이고, 한국 이론을 개발하는 것이 3단계이고, 한국 이론에 외국 데이터를 투입하는 것이 4단계이다. K-경영으로 건강한 기업이 되도록 하는 사례는 많다. 이런 이야기를 K-경영의 가설과 원칙의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과학적 노력이 필요하다. 외국의 학생들도 드러커 경영학보다 K-경영을 한국에서 배우고 싶어 할 것이다. 앞에 앉아서 K-경영 이야기를 듣고 있는 벨기에, 터키, 포르투갈, 에콰도르 등에서 온 학생들의 호기심 어린 눈을 보면서 이제 한국으로 유학 오는 시대를 K-경영을 통해 만들어가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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