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는 가운데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연준의 독립성이 훼손될 것이라는 월가의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고 27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가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당선되면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즉각 사퇴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후보는 그간 연준이 정치적으로 움직인다며 끊임없이 비판을 제기해왔다. 그는 26일 진행된 대선 후보 첫 TV토론에서도 연준과 옐런 의장을 비판했다. 트럼프는 옐런 의장이 정치적인 이유로 저금리를 유지하고 있으며, 뒤늦게 금리를 인상할 경우 주식시장에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옐런이 버락 오바마 정부를 돕기 위해 저금리 정책을 너무 오랜 기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우리는 매우 크고 엄청난 거품 속에 있다”면서 “지금 좋아 보이는 것은 주식 시장뿐이며 금리를 올릴 경우, 조금만 인상하더라도 증시는 주저앉게 될 것이다. 우리는 지금 크고, 추한 거품 속에 있다. 정말 조심해야 한다. 연준이 정치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레그 발리에르 호라이즌인베스트먼트 글로벌 애널리스트는 “매우 특이한 일이다. 특히 이만큼 대권에 가까이 있는 사람이 연준 의장을 개인적 차원에서 비판하는 일은 전례가 없다”면서 “선례를 찾으려 해도 찾을 수가 없을 뿐만 아니라 듣기 거슬리고 매우 사적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발리에르 애널리스트는 “시장은 이에 대해 걱정해야 한다”면서“트럼프가 연준의 독립성에 고삐를 죄기 위해 의회 편에 서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미셸 한슨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 선임 이코노미스트도 “대통령이나 그 후보자가 연준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것이 오래 관행처럼 받아들여져왔다”면서 “공화당과 민주당 양당 모두 연준이 당파적이지 않다는데 상당히 동의하고 있다. 연준은 스스로의 독립성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고 말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옐런이 자리를 보존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옐런의 정식 임기는 2018년까지다. 폴 애시워스 캐피털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가 오는 11월 대선에서 승리하면 옐런이 즉각 사퇴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옐런의 사퇴 시기는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전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애시워스는 트럼프의 연준에 대한 공격은 대선 날까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오는 12월 13~14일 열리는 FOMC에서 금리 인상이 단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그동안 연준은 지난해 12월 9년 반만의 인상 이후 금리인상 궤도에 올라섰지만 미국 경제 지표의 부진과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등 국내외 여건 등을 이유로 올 들어 한 차례도 금리를 올리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오는 12월 13~14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인상이 단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