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비용관리제 시범사업이 운영 결과 신설・강화 규제 중 실제 비용분석을 진행한 건은 11%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근거법령이 총리 훈령이다 보니 제도적 기반이 약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8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콘퍼런스센터에서 ‘규제개혁특별법의 입법화와 정책과제’ 세미나를 개최해 규제비용관리제 등의 근거법률이 될 규제개혁특별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규제개혁특별법이란 규제비용총량제 실시, 네거티브 규제방식 도입, 규제개혁위원회에 규제개선 권고권한 부여, 국민에게 규제개선 청구권 부여 등을 주요 골자로 한 법이다.
2014년 7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운영된 규제비용관리제 시범사업 결과를 분석한 이수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규제연구센터 소장은 “이 기간 중 15개 부처의 신설·강화 규제에 해당하는 304개 법령 가운데 11% 수준인 30여 건에 대해서만 실제 비용분석이 시행됐다”고 말했다.
그는 “시범사업을 운영하다 보니 생명·안전 규제, 국제협약에 따른 규제 등은 규제비용관리제의 적용을 받지 않는데 이러한 적용제외 요건을 확대하려는 경향이 있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비용분석이 가능한지 여부에 대해서도 해당부처 공무원들이 보수적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규제비용관리제의 제도적 기반이 미흡해 제도가 지속가능한지 불확실하다”고 규제개혁특별법 제정을 주장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성준 경북대 교수는 “규제비용총량제가 총리 훈령으로 지정됐기 때문에 법률에 규정된 규제영향분석과 달리 법률적 기반은 미흡한 수준”이라며 “규제비용총량제는 규제영향분석을 보완하기 위한 제도이므로 비용관리제를 명시적으로 규정함으로써 법률적 기반을 명확히 하고 규제 심사 절차 중 하나로 인식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또 최성호 경기대 교수는 규제비용총량제의 저축 시스템에 관해 “현재는 각 부처가 절감비용을 저축해 추후 규제신설을 허용하는 방식”이라며 “제도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절감비용의 일정 비율을 항구적인 예산증액으로 보상하는 형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이혁우 배재대 교수는 “현재 상임위원 없이 비(非)상설 조직으로서 운영되는 규제개혁위원회의 체제에 대해 상임위원회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규제개혁위원을 정무직 상임위원으로 임명하고 분과위원장을 겸임토록 해야 정권이 바뀌어도 규제개혁의 추진체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종한 한국행정연구원 규제연구실장은 규제개혁위원회 상임위원 수를 현재 발의된 규제개혁특별법률안보다 증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률안은 규제개혁위원회 구성에 대해 위원 중 3명을 상임위원(정무직 공무원)으로 임명하고, 부위원장, 분과위원회 위원장을 겸임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경우 위원장을 포함한 9명의 위원 중 4명이 비상임, 5명이 상임위원으로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를 감안하면 규제개혁위원회의 분과증설에 따른 정무직 상임위원의 수 증가는 무리가 없다는 설명이다.
이창수 국무조정실 규제총괄정책관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IT 인프라를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규제에 발목 잡힌 비즈니스 환경 때문에 경쟁에서 뒤쳐질 우려가 크다”며 “규제개혁특별법, 규제프리존법, 규제영향분석과 관련된 국회법 개정 등 규제개혁 3법에 대한 입법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권태신 한경연 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정권마다 등록규제단위를 바꾸다보니 역대 정부를 관통하는 일관된 규제관리 정보체계가 없다”며 “이러한 규제정보 체계 구축 차원에서도 규제개혁 컨트롤타워가 필요하기 때문에 규개위를 상임위원회로 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