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산업노동조합의 9·23 총파업이 초라하게 끝이 났다.
이번 파업은 2년 만의 총파업이라는 점에서 금융당국과 사용자 측이 꽤 긴장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파업을 이틀 앞둔 21일 주요 은행장을 불러 모아 금융노조의 총파업과 관련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임 위원장은 과거 파업 참여 노조원들을 출장 처리하는 등 무노동, 무임금 원칙 위반 사례를 예로 들며 금융노조의 불법 행위로 인해 피해가 발생할 경우 민·형사상 및 징계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자 금융노조는 임 위원장이 직권을 남용해 부당하게 노조의 일에 개입했다며 검찰에 고소했다.
파업 당일 금융당국과 노조는 조합원 참여율을 놓고 여론전을 위한 장외 논쟁까지 벌였다. 참여율은 금융노조 파업의 정당성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이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파업 당일 오전에 잠정 집계한 은행권의 참여 인원은 1만8000여 명이라고 밝혔다. 이는 17개 은행 직원 대비 15% 수준이며, 전체 조합원의 21%에 해당한다.
금감원은 각 은행의 근태 기록을 취합하는 방식으로 파업 참여 인원을 분석했는데,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의 참여율은 3% 내외 수준이라고 했다. 주로 IBK기업은행, NH농협은행에서 파업 참여도가 높았다.
반면 금융노조는 지방 상경자 등 참석이 늦어진 조합원들까지 포함하면 총 참여 인원은 7만5234명이라고 맞섰다. 파업에 참석한 지부 대부분의 참여율이 90%가 넘었다는 부연설명도 했다. 게다가 무기한이나 부분 파업 등 2차, 3차 쟁의행위를 통해 성과연봉제 도입 저지에 나설 것을 천명했다.
금융당국과 금융노조의 집계가 엇갈리지만 이번 파업에서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주요 시중은행의 반응이다.
신한은행의 경우 파업 참여율이 제로(0)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은 직급별 호봉 상승 제한 등 성과중심 문화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있는 만큼 성과연봉제에 대한 직원들의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점을 미루어 짐작케 한다.
무엇보다 다른 은행 직원들도 성과연봉제에 그리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평균 9000만 원에 육박하는 은행원의 고액 연봉에 대한 국민의 곱지 않은 시선이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파업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인식도 폭넓게 자리했다.
서민 경제가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이제 국민은 ‘귀족노조’의 파업을 지지하지 않는다. 금융노조의 총파업 이후 현대자동차 노조, 철도·지하철 노조, 보건의료 노조가 연쇄 파업에 돌입했거나 준비 중이다. 현대차 노조는 12년, 철도·지하철 노조는 무려 22년 만의 파업이다.
이들 노조의 연쇄 파업은 성과연봉제 등 모두 임금과 연관이 있다. 우리 경제를 볼모로 파업하는 것인데 하나같이 명분이 약하다. 국민의 눈엔 ‘부자노조’의 밥그릇 지키기로밖에 보이지 않는다.